진주성-부나비가 된 소비자
진주성-부나비가 된 소비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8.13 14: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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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부나비가 된 소비자.

이른 아침 대문 열고 골목청소 해놓고서 들일하랴 안일하랴 들숨날숨 힘에 겹고, 식솔들 한 해 식량 달랑달랑 빠듯해도 때 잃은 길손 불러 밥 한 술도 나눠주고, 해저물면 방물장사 아랫목에 재워주며 콩 한쪽도 나눠 먹던 그런 때도 있었는데, 못다 먹고 버린 음식 넘쳐나서 처치곤란 거리마다 수거함은 언제나 만삭이라 멀쩡한 옷가지도 버릴 곳이 마땅찮고, 가전제품 주방기구 새 것인지 헌 것인지 분간조차 안 되는데, 멀쩡한 가구마저 돈 딱지 사다 붙여 골목밖에 내어놓고, 먹을거리 살림거리 넘치고 넘쳐서 버릴 곳이 없건마는, 입만 열면 불경기라 못 살겠다 푸념인데, 갓난쟁이 분유조차 사 대기가 힘들어서 틈틈이 밥물로 암죽 끓여 먹였는데, 출산 하면 지원금에 다달이 양육비를 다소나마 보태주고, 유아원도 유치원도 차 태워서 데려가서 어르고 달래면서 간식주고 점심 먹여 온갖 교육시켜서 데리다주는데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코흘리개 도시락도 꽁보리밥에 장아찌도 감지덕지 했었는데, 제 자식 도시락 싸는 것도 엄마들이 힘 든다고 책가방만 메고 가면 영양사가 식단 짜서 금쪽같은 새끼처럼 때맞추어 밥을 주고, 중학교에 보내려도 하숙비랑 책값에다 월사금이 버거워서 소 팔고 논 팔아서 살림살이 거덜 날까 못 보내고 돌아서서 옷소매에 눈물 닦던 부모들이 많고 많던 그 시절이 엊그젠데, 지금에야 집근처로 우선하여 배정하여 교복비 지원에다 점심 값도 무상이고, 고등학교도 이와 같아 학비 한 푼 안 들이고, 대학인들 많고 많아 제가 싫어서 안 간 거지 집집마다 학사에다 한 집 건너 석사이고 두 집 건너 박사이며, 시장보기 불편타고 전화 걸면 배달오고, 대형매장 단골이고 백화점은 너도 나도 뻔질나게 드나들며, 해외직구 즐겨가며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방방곳곳 외딴 곳에 대형매장 단지들이 날만 새면 생기는데, 어디서 오는 건지 드넓은 주차장은 언제나 만차이고, 틈틈이 해외여행 국제공항 출국장은 철도 없는 북새통에, 세계 각국 한국인이 줄을 서서 찾아드니 거리마다 한글간판 어리 번쩍 즐비하고, 크로아티아로 여행가는 한국인이 너무 많아 우리나라 경찰들을 파견하는 지경인데, 이래도 못 산다고 입만 열면 내 뱉으니 엄살같이 들리지만, 빈부격차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어 가진 자는 더 보태고 덜 가진 자 축만 나고, 설상에다 가상으로 소비자의 소비풍조 매정하고 생각 없어, 골목상가 외면하고 어리 번쩍 대형매장 밝은 불만 찾아가는 속절없는 부나비라 서민경제 어쩔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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