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찾다(7)-농업회사법인 버그밀(주) 채민성 대표
강소농 현장을 찾다(7)-농업회사법인 버그밀(주) 채민성 대표
  • 황원식기자
  • 승인 2019.08.13 17:5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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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만 짓는 농업 아닌, 미래 위한 사업화 필요”
청주시에서 개최된 도시농업박람회에 참가한 버그밀 대표 부부와 제품들.
청주시에서 개최된 도시농업박람회에 참가한 버그밀 대표 부부와 제품들.

귀농 후 이웃과 친목 위해 농사 시작 5년차

‘사과’와 ‘굼벵이’ 순환농법으로 윈-윈 구조
체험농장 고객들 통한 구전마케팅 등 판매
식용곤충요리대회 대상 등 가공분야 자신감


밀양에서 가족들과 사과농사와 굼벵이 사육을 하고 있는 채민성(62) 대표는 차별화된 농법으로 농업계에서도 주목받은 강소농이다. 농촌진흥청 매뉴얼을 지키고 ‘사과를 먹여서 키운 굼벵이’라는 브랜드로 상품화했다. 시설을 깨끗이 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으며, SNS보다는 구전마케팅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종 꿈은 6차 산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표님과 가족분 그리고 농장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농업회사법인 버그밀주식회사를 운영 중인 채민성입니다. 제 아내 이름은 고도희입니다.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자와 함께 인근에 살면서 상부상조하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장이름도 버그밀이구요 브랜드 명은 장군굼벵이입니다.

-요즘 곤충산업이 힘든데 굼벵이 사육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었는지요
▲귀농 직후에는 사과나무를 심었습니다. 곤충에 대해서는 귀농 이전부터 관심은 갖고 있었습니다. 밀양으로 내려온 이후에 곤충과 관련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어서 교육을 받으면서 사육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농업을 시작하기 전 어떤 일을 하셨나요
▲밀양으로 귀농한 지 5년차입니다. 그전에는 부산 수산업 쪽에서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귀농하고 난 이후에는 이웃과 재미있게 잘 지내고 싶어서 이웃들이 많이 하는 사과농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과도 하시고 굼벵이도 하시는거네요? 그런데, 사과하고 굼벵이가 조합이 잘 되나요
▲조합이 아주 잘 됩니다. 사과는 곤충의 먹이로 사용되고, 곤충에서 나오는 후속물들은 사과의 퇴비로 들어가고.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 윈-윈(win-win)하는 구조입니다.

지난해 밀양아리랑시장 곤충요리대회에 참가해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밀양아리랑시장 곤충요리대회에 참가해 대상을 수상했다.

-일종의 순환농법이네요
▲예, 맞습니다.

-굼벵이가 사과를 먹고 자란다면, 굼벵이가 사과에 대해 민감하지는 않나요
▲굼벵이가 단맛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단맛과 신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과를 아주 좋아하고 잘 먹습니다. 그러다보니, 성장도 잘합니다.

-사과를 먹고 굼벵이가 자란다면, 굼벵이가 먹는 사과는 친환경적으로 재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사과를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농장은 PLS를 철저히 준수하면서 사과 방제를 합니다. 대신에, 굼벵이가 먹을 사과는 식초를 탄 물로 사과를 깨끗하게 씻어서 먹이로 사용하지요.

-얼핏 말씀하시기를 귀농 전에는 약초를 구하러 전국의 이곳 저곳을 다녀보았다고 하셨는데, 농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처음에 밀양으로 올 때만 해도 농사를 지으러 온 게 아니라 쉬러 왔었습니다. 지금 저희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이집에서 이전에 사셨던 분께서, 마을분들과 접촉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별명이 ‘싸가지’였다고 해요. 그 소리를 듣고 혹시라도 저희 부부를 또 그렇게 부를지나 않을까 우려스러워서 이웃들이 하는 농사를 짓기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곳이 사과주산지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보니 저희도 본의아니게 귀촌에서 귀농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러시면, 현재 사과 농장 규모는 어떻게 되십니까
▲사과 농장은 800평입니다.

-주작목이 곤충이십니까. 아니면 사과이십니까?
▲주 작목은 곤충입니다. 사과는 부작목이지요.

-많은 곤충사육농가에서 난관에 부딪혔다고 하시던데, 대표님은 어떻습니까
▲저희는 난관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매출도 늘어나고 있구요. 상품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른 농가에서는 제품개발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성장목표도 그렇고 시간이 갈수록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방향에 맞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장을 돌아보니, 다양한 곤충 관련 제품들이 개발돼 있었습니다. 어떤 형태의 제품들이 나와 있습니까
▲저희가 만드는 굼벵이 가공 제품들은 이미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내용인 간 기능개선, 혈행이나 혈전 개선효과가 있다고 한 내용들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굼벵이 진액, 굼벵이 분말, 굼벵이 환 등은 농촌진흥청의 매뉴얼에서 정한 절식과정과 먹이원 공급 등을 제대로 지켜서 상품화를 했습니다. 사과를 먹여서 키운 굼벵이라는 브랜드로 상품화를 했습니다.

-판로는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려서 SNS를 통한 판매는 쉽지가 않습니다. 대신, 농가 방문을 통한 체험후 구매 부분에서는 많은 판매효과가 있습니다. 네이버 소핑몰이나 이런 오픈 마켓에 올리면, 곤충사육농가에서 많이 힘들어서 그런지 주로 농가에서 클릭을 많이하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너무 미미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SNS 마켓에는 중단시킨 상태이구요. 밀양시에서 운영하는 밀양팜을 통해서 판매중에 있습니다.

사과를 이용한 굼벵이 절식과정으로 차별화를 이룬 버그밀 농장.
사과를 이용한 굼벵이 절식과정으로 차별화를 이룬 버그밀 농장.

-농장에 체험하러 오신 분들의 구매도가 높다고 말씀하셨는데, 체험농장도 운영하시는 것인가요
▲소비자들에게 청결한 사육환경을 직접 보여드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체험하러 오신 분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체험하러 오신 분들께서 구매하는 양을 보면, 한두 개가 아니고 여러 세트를 구매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시다 보니 주변 지인들에게도 소개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매출이 50%를 넘고 있습니다.

-즉, 구전마케팅을 통해서 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직접 오시는 분들이 아닌 다른 분들에게 판매하기 위해서 농장의 홍보활동을 하고 계시는지요
▲예, 당연히 하고 있습니다. 경남도강소농연합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플리마켓인 강소농 길마켓, 경남도와 밀양시에서 하고 있는 각종 박람회, 벤쳐농업인 장터 등을 통해서도 꾸준히 홍보,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농장 규모가 사과과수원은 800평이라고 하셨는데, 과수 농장 규모로는 큰 편이 아니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곤충사육이나 지금까지 개발한 각종 제품들이, 우리나라의 당면 현안중의 하나인 고령화 현상과 접목하면 성장가능성이 많다고 보입니다.
▲맞습니다. 고령이 되면 씹는 기능 즉, 저작기능도 현저히 저하되고, 소화 흡수력도 당연히 저하됩니다. 저희가 개발한 여러 제품들이 영양식이기 때문에 고령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따라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곤충관련 시장도 확장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현실속에서 곤충 사육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초에는 올해 6차산업 인증을 받으려고 준비했었는데 수정 보완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내년 1월에 6차산업인증을 받을 계획이구요. 현재는 OEM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는 것을, 6차산업인증 이후에는 저희가 직접 제조·가공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곤충사육을 하고 계신 다른 농장들과도 협업해서 윈-윈(win-win)하는 농장으로 성장할 계획입니다.

-올해가 귀농 5년차신데, 사과 농장과 곤충사육을 하시면서 보람 있었던 일이 있으셨다면
▲각종 행사나 장터, 모임을 통해서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보람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농민들은 소박하고 거짓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으며, 이것을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셨는데, 도움을 받은 기관이나 단체, 선후배 농부가 있었다면
▲현재 OEM 생산을 하고 있는 한아바이오 사장님께서 오랜 경험과 축적된 기술로 제품 개발 초기단계부터 세심하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경남도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이상범 박사님께서도 곤충사육과 관련해서 좋은 지도조언을 해주셨고, 농업경영·마케팅을 담당하시는 최시양 선생님께서는 판로확장을 위해 도움을 주셨습니다. 두 분께서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도움을 주고 계시구요.

-경남도내에서 버그밀처럼 과수와 곤충의 복합영농을 하시는 농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표님만의 차별화된 영농기술이나 사육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사육 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절식단계에서 다른 농가들과 차별화가 있습니다. 사육방법은 고온과 저온을 병행해서 사육을 하고 있고, 절식과정에서는 약 일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절식을 진행합니다. 절식기간동안 먹이원 변화를 통한 차별화된 사육방법은 다른 농가에서는 하지 못하는 방법이구요, 지난해 초에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진행한 심포지움에서 저희 농장의 사례를 발표 했습니다.

다른 곤충사육 농가들에게도 전파하기 위해 발표했었는데, 현재 다른 농가에서는 그 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조금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일주일이라는 절식기간동안 제대로만 원칙을 지켜서 하면 상당히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 일주일의 기간을 투자하지 않고 수월하게 하루나 이틀 만에 절식과정을 마치려고 하는 것이지요.

-귀농한 지 5년차 이시면 수상경력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경남도농업기술원에서 곤충대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3기생들이 학업 중일텐데, 저는 곤충대학 1기 졸업생입니다. 곤충대학을 다니면서 상품개발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로 기여를 했다고 경남도농업기술원장님께서 공로상을 주셨습니다. 올해에 정보화농업인 부문에서 경남농업기술원장상을 수상했습니다. 두 번 모두 경남도농업기술원장님 상을 받았네요.

-사무실 벽에 ‘제1회 밀양아리랑시장 식용곤충요리대회 대상’을 수상한 실적이 남아 있는데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곤충을 홍보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곤충요리를 이리저리 해보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저희 농장으로 오시는 고객들이 저 상을 보시고는 식용곤충의 식량화에 대한 관점을 많이 바꾸기도 하시구요.
저희 아들부부와 저희 부부가 2개 팀으로 나뉘어서 출전을 했었는데, 저희 부부가 굼벵이 분말과 육수를 활용한 흑미죽으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농장을 만들고 가공을 준비하시면서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데, 대표님께서 꿈꾸시는 최종적인 농장의 모습이 있으시다면
▲겁 없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곤충 제조와 가공분야에서 제2의 포문을 연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들으시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시작할 때의 마음은 그렇습니다. 포부는 큽니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는 1·2·3차 산업을 다하겠다는 말씀이신데…
▲그렇지요. 최종적인 꿈은 6차산업입니다. 지난해에 6차산업인증을 신청했었는데 한곳에서 미진한 점이 있어서 아쉽게도 고배를 마셨습니다. 내년 초에는 이상 없이 인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귀농 5년차 선배로서 후배 귀농인들에게 한말씀 들려주신다면
▲귀농은 힘듭니다. (하하하)쉬운 말로 귀농 귀농 말씀들 하시는데, 이전과 달리 귀농이라는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하면 많이 힘듭니다. 사전에 교육이라든지 작물선정이라든지 재배기술 등 많은 부분에서 철저하게 준비한 후에 귀농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젊은 청년들의 귀농이 많습니다. 대표님의 경우에도 아드님과 며느님께서 귀농을 하셨는데, 젊은 청년 귀농인들에게 한 말씀하신다면
▲얼마 전 청주에서 개최한 농업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때 느낀 게 귀농한 청년농부들이 너무 결과치를 빨리 기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농부라는 것, 농사란 것이 돈이 돌아 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인데, 뛰어드는 순간부터 내 눈앞에 돈이 되기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기다리면서 서서히 갈길을 찾으면서, 단순히 농사만 짓는 농업이 아니라, 사업화를 염두에 둔 농업을 해야 미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황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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