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국가의 안위가 먼저다
강남훈 칼럼-국가의 안위가 먼저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8.15 17:43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국가의 안위가 먼저다


북한이 지난 5월부터 이달 10일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7월에도 두 차례(25일과 31일) 도발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일과 6일, 10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사거리 220~450㎞의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모두 7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동안 발사지역도 원산 호도반도, 평안북도 구성, 원산 갈마일대, 영흥일대, 과일군 일대, 함흥 일대 등 다양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 10일 발사한 2발의 단거리 발사체를 ‘새 무기의 시험 사격’이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까지 공개했다. 우리 군은 당시 이 발사체를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기종으로 추정했으나,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KN-23과는 다른 신형탄도미사일로 보인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과 SLBM 3개 장착 신형잠수함,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신형전술지대지미사일 등으로 이 유도무기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놀라운 것은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다음날인 11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의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를 대놓고 조롱했다. 이날 담화에서 북한은 대한민국 정부를 ‘바보’라고 했다. ‘바보는 클수록 더 큰 바보가 된다고 하였는데 바로 남조선당국자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며 한·미 훈련 명칭변경을 겨냥했다. 또 우리 정부와 군의 결정을 ‘똥’에 비유하며 조롱했다. ‘똥은 꼿꼿하게 싸서 꽃 보자기에 감싼다고 하여 악취가 안 날 것인가’라고 했다. 북은 더 나아가 청와대를 ‘개’라고 비하했다. ‘청와대의 이러한 작태가…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국방장관에 대해서는 ‘웃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막말담화’를 보면 북한 김정은 정권이 대한민국 국민과 문재인 정부를 얼마나 우습게 알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국내에 있는 것 같다.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모두 7차례의 북한 미사일(단거리)이 발사됐는데도 정부는 물론 어느 누구하나 군사적 긴장감이나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전 같았으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군(軍)은 초긴장상태가 되고, 국민들은 ‘혹,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까?’하고 태산 같은 걱정을 했을 터인데 이제는 모두가 ‘무덤덤’ 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북한이 미사일을 자주 쏘아대니 국민들은 ‘설마’라는 생각에 젖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국가의 안위(安危)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군까지 북한의 도발을 단순히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하는 시위성 조치 정도로 해석한다면 과연 이 나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걱정스런 것은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의 태도이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이 조롱에 대해 “북쪽에서 내는 담화문은 통상 우리 정부가 내는 담화문과 결이 다르고, 쓰는 언어가 다르다”고 했다. 제1야당 대표가 북한의 계속되는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통령의 사과 등 5대 요구안을 제시하자 집권여당의 원내대변인은 “(황 대표가) ‘철통(ironclad)’ 같은 안보협력에 나설지, ‘꼴통(idiot)’ 같은 안보 훼방에 나설지 두고 보겠다”고 비난했다. 대통령도 지난달 25일부터 다섯 차례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침묵했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지금까지 공들여온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판을 깨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다. 국민도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진 북한과의 평화무드가 금이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북한의 온갖 모욕감과 조롱을 극복해 가며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북한이 노골적으로 도발을 감행하면 국민들은 언제까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할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북한과 대화도 필요하지만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먼저임을 이 정부는 인식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