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선학산을 오르다가(1)
도민칼럼-선학산을 오르다가(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8.19 16: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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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 시인·작가
강병선/시조 시인·작가-선학산을 오르다가(1)

내가 사는 아파트는 선학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있다. 6층 건물로 가동과 나동으로 두 동이며 72세대뿐인 조그마한 동네에 살고 있다. 선학산을 오르는 입구라서 베란다 창문 밖으로 많은 사람이 왔다 갔다 오리랑 내리랑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나도 건강하게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 선학산에 갔다 와야겠다는 맘이 뇌리를 스쳤다. 주섬주섬 옷을 찾아 입고 집을 나섰다. 스마트폰에 시간을 체크를 했다. 얼마 전까지는 부지런히 걸어야 1시간 10분가량 걸리던 시간이 요즘은 1시간 정도 걸린다. 기록이 앞당겨진 셈이다, 선학산 정상까지 부지런히 올라갔다가 군데군데 설치 해 놓은 운동기구나 의자에 앉아 쉬지 않고 오늘도 곧장 내려온다. 는 생각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꿈꿨던 시나 소설을 쓰는 작가의 꿈이 나의 머릿속에서 꿈틀거려 1분 1초를 앞당겨야 했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초등학교 때의 꿈을 되살리고는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샌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책을 읽으며 글을 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한두 시간이면 선학산 등산을 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등산으로 시간을 허비해 버릴 수가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가끔 창문 너머를 쳐다볼 때는 지나가고 있는 등산 꾼들이 내 맘을 요동치게 했다. 글쓰기를 하는 일이 바쁘지만 건강이 먼저라는 생각이 오늘도 스쳤는가 보다. 어느새 이들이 오르는 등산길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1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안 된다고 하는 맘 때문에, 스마트폰에 내려 받은 찬송을 들으면서 등산꾼들의 대열에 함께 했다.

선학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언제 올라갔었는지 내려오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뒤를 돌아봤다.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올라오고 있다.

2~3십 년 전만 해도 선학산을 오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선학산에 공동묘지가 있어 성묘객이나 눈에 띄고, 내 나이 또래 되는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 두 사람이 나무그늘 밑에 앉아 있었다. 그때만 해도 촉석루나 쳐다보며 흐르는 남강 물을 바라보면서 덧없이 흘러버린 세월을 뒤돌아보는 사람들만 눈에 뜨일 정도였다.

지금은 남녀노소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있다. 2~3십 년 전 그때도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는 맘이 없는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경제 성장과 비례 한다고 보면 되는가 싶다, 얼마 전 우리나라 GNP가 3만 달러가 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평균수명이 80이 넘었다는 말도 들었다. 어제 아침에는 고향에 6촌 형님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형님 부부는 둘 다 80세가 넘었다. 당뇨 합병증인 뇌출혈로 쓰러져 옛날 같았으면 영락없이 돌아가셨겠지만 마을에 보건지소가 있어 당뇨와 혈압수치를 수시로 점검을 받아가며 건강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참 살기 좋아진 세상이다. 요즘은 자기 건강은 자기가 지킨다는 개념이 강해졌다. 살을 빼기 위해서 다이어트에 열심이라고 한다. 마트에 고기 매장에는 삼겹살 판매가 줄고, 목살 부분이나 지방질이 없는 부분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선학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노부부가 손잡고 오순도순 얘기하면서 천천히 걷는 모습은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배드민턴용 배낭을 지고 오르는 사람도 있고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르는 사람도 있다.

등산로 길가에는 A포 용지 반장 크기 종이에 비닐 카피를 해서 조그마한 돌멩이로 눌러 놓은 것들이 가끔 눈에 보였다. 그 옆에는 견공들이 실례해놓은 배설물이 있었다. 작년엔가 읽어 봤을 때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등산로입니다.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워주십시오.”라고 하는 문구들이었다. 이제는 문구는 간단하면서도 글 내용은 훨씬 격앙된 내용이다. “개 같은 인간”이라고 씌어 있고 더러는 입에 담지 못할 육두문자를 써놓았다. 이런 문구들을 갖고 끈질기게 싸우는 사람은 공익을 위한 열정이 참 대단한 사람이다. 애완견을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공중도덕을 지켜 주면 좋을 텐데,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다. 선학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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