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당신만의 골프는 있는가?
아침을 열며-당신만의 골프는 있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8.19 16: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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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당신만의 골프는 있는가?

골프를 시작한지도 벌써 11년째로 접어들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임은 틀림없다. 혹자는 ‘1만(萬) 시간의 법칙’이란 말로 회자(膾炙)한다. 다시 말해서, 특정 분야의 달인(達人)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적어도 1만 시간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루 3시간, 주당 20시간 정도로 투자하면 대략 10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러니 필자 또한 1만 시간의 법칙에 의거해서라도 달인의 경지에 올라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자문(自問)을 해 본다. 그래서 최근의 성적(평균 타수)을 되짚어보면 만족할 만한 성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 끝이 없기에 오늘도 내일도 고민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대다수의 골퍼(golfer)들은 100대의 타수에서 90대로, 90대의 타수에서 80대로, 80대의 타수에서 70대의 타수로, 70대의 타수는 이븐(72타) 혹은 언더(71타 이하)를 목표로 연습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골프 입문 10년 정도가 넘었음에도 컨디션에 따라서 90대에서 머물러 있거나 안정적인 80대에 접어들지 못했다면 특히, 매주 필드를 경험하는 사람의 경우는 다음의 2가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자기만의 골프’가 있는가? 둘째, ‘만약에 ~였다면’라고 위로하고 있지 않는가? 먼저, 자기만의 골프는 바로 ‘My way Golf’라고 생각한다. 맨 처음 골프를 배울 때 우리는 지도자(프로)의 지시대로 혹은 독학 골프로 시작한다. 이미 이때부터 모든 교육생들은 그들의 지도나 교육매체(방송, 유튜브, 잡지 등)가 제시하는 폼(form)을 따라하게 된다.

이미 자신이 아닌 그들의 폼에 가까운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처음부터 자세나 폼에 연연하다보니 물 흐르는 듯한 매끄러운 스윙(swing)이 아니라 어딘지는 모르지만 어색한 폼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지금도 방송이나 여러 매체에서 10년 넘게 봐 왔던 프로들의 멋진 폼은 뇌리에 남아서 필자를 괴롭히고 있다.

예를 들면, 그립을 잘 잡고 골프공을 치기 위해서는 백스윙(backswing)이라는 동작이 필요하다. 따라서 형식이나 폼에 얽매이지 말고 골프공을 타격하여 원하는 곳으로 보내기 위한 자세라고 생각하면 어떨까한다. 백스윙이 작으면 가까이, 백스윙이 크면 멀리 갈 것이라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또한 임팩트(impact) 이후 피니시(finish) 동작 또한 자연스러운 결과물임을 인지하여 폼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둘째의 ‘만약 ~였다면’으로 자위(自慰)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일어났던 일을 ‘없었더라면’라고 아쉬워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순수하지 못한 태도다. 예를 들어, 몇 번 홀에서 벙커(bunker)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OB(out of bound)가 나지 않았더라면, 해저드(hazard)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그늘집에서 막걸리 한잔 더 안 먹었으면, 동반자가 퍼팅할 때 조용했으면, 캐디가 좀 더 퍼팅 경사를 잘 봐 줬으면 오늘 몇 타로 끝낼 수 있었는데 라고 응얼거린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공을 치러 온 것인지 술을 마시러 온 것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라운드 동안 막걸리 몇 병을 마시고, 맥주 몇 캔을 마셨다고 자랑인양 떠벌린다. 게다가 어제의 일까지 가정(假定)해버리면 이런 사람은 대책도 답도 없다. 만약 어제 술을 안 마셨으면, 어제 잠을 잘 잤으면, 어제 연습장에 가서 더 연습을 했다면, 혹은 어제 연습장에서 무리하지 않았으면 등의 말도 안 되는 가정으로 오늘의 결과를 변명하고자 한다.

오히려 이들은 이런 가정들을 통하여 자신의 열등함을 감추고, 가능성의 희망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이런 가정이라도 하지 않고 현실을 그대도 직시(直視)하기에는 용기가 없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오늘부터 자신만의 골프를 치고, 지금에 집중하는 혜안(慧眼)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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