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익숙함과 낯섦은 공동체
아침을 열며-익숙함과 낯섦은 공동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8.21 16:26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익숙함과 낯섦은 공동체

언제부터인가 나 자신조차 낯설어지고 있다. 나이가 들고 어떤 계기가 생기면 철이 들어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신체적 나이에 비하면 정신 연령이 낮아 늘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 철들려고 그러냐?’고 질타를 받곤 한다. 요즘은 내가 생활하는 익숙한 공간이,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을 공간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자주 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라 잘 알고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녀 또한 나를 존중해 주느라 맞추어 준 것 일뿐이란다. 내가 가진 시각이 바뀌고 있기 때문일까? 경험의 자만심이 만들어놓은 경계가 흔들리는 것일까? 과학적 차원으로 보면 공간의 인식이 바뀔 수도 있지만, 관념적 차원에서 관점이 바뀌어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달리 보이는 것이라 본다.

무대 주인공이 관객의 반응을 무시하고 자기중심으로 무대를 진행하면 그 무대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관객은 무대 주인공의 동선을 부지런히 따라가면서 기획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않는가. 이처럼 무대 주인공이 아닌 관객의 시각으로 한 발 물러나 내가 속한 공간을 바라보면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선배들의 조언이 되새겨지면서 이제야 실천을 해 본다.

언제나 나 중심으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나 보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를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우뚝 세워 고집도 부리면서 살았다면, 이제는 끼워 맞추어 보려는 어설픈 행동도 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 속에서 조금씩 나를 키워나가는 공부를 하면서 살아간다.

뭔가 꼭 해야 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 나의 삶은 접어두고라도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나만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나를 내려놓으니 참 편해졌다. 나 자신에 대한 고찰의 시간이 내 삶에 여유를 만들어 주었다. 능력도 안 되면서 남들 하는 수준으로는 해 보려고 끙끙거리거나 투덜거리면서도, 혹은 옥죄는 일을 스스로 만들면서까지 나를 괴롭히면서 살았던 것이다.

공동체 속에서의 삶은 모두가 동일한 것에 대해 동일한 능력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내가 못하는 일은 못한다고 인정하고 잘 하는 사람의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이런 행동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아니다.

사람은 못하는 일도 있는 반면 잘 하는 일도 있으니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것 아닌가 싶다. 내가 잘 하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도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 보다 더 잘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나는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면 된다.

사람은 누구나 공동체 속에 일원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내가 속한 공동체 속에서 내 역할은 존재할 것이고 그 역할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혹은 다른 이와 어울려 잘 할 수 있는 것들이다. 크기가 다른 톱니바퀴처럼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가도록 해 가면 될 것 같다.

그러려면 나를 잘 아는 것이 제일 우선 되어야 한다. 나를 알고 남도 잘 볼 줄 아는 눈을 키워야 한다. 자기 성찰의 눈을 가져야 한다. ‘자기 바라보기’에 집중해 보자. 살포시 눈을 감고 내 숨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나를 둘러싼 것들을 느껴보라. 잊고 있었던 내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 보라.

명상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DNA에 이미 나를 살펴보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살면서 다른 것에 집중하느라 본질적인 것을 놓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나를 돌아보라. 나를 진솔하게 느껴보라. 나를 제대로 바라보면 나를 둘러싼 내 주변이 제대로 보일 것이다. 내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힘든 일이 있어도 살아있음에 감사할 것이다. 나의 올바른 역할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처한 환경에 따라 익숙함과 낯섦은 달라질 수도 있다. 나의 역할은 누군가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그 역할의 비중도 모두 다르니 초조해하거나 조급해 하지 말라. 시간이 걸릴 뿐, 언젠가는 해결이 될 일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나에게 집중하면서 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