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영국신사를 생각한다
시론-영국신사를 생각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8.25 15:2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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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영국신사를 생각한다

런던은 신용사회의 원조다. 80년대 초. 런던은 신용사회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처음 아이들 입학을 위해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에 부모가 불러주는 이름과 생년월일이 그대로 학적부에 올라갔다. 신분증이나 출생증명서 등 어떤 서류도 요구하지 않고 부모의 말을 믿어주었다. 나의 말을 그대로 믿어주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상담시에 집에서 부르던 아명을 알려주었는 데, 이를 바탕으로 모든 학교의 성적표까지 나왔다.

한국인이 한국학교에 입학하는 데도 여러 서류가 필요한데, 외국인인 우리 가족에게도 같은 대우를 해 주었다. 너무나 생경한 경험때문에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할 적에 신용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리포트 과제를 내기도 했다. 사람이 서로 믿지 못하면 종이로 계약서를 쓰는 것이 일반 관례다. 아무리 잘 쓴 계약서라도 법적 싸움이 붙으면 서로 만신창이가 되는 것이 허다하다.

광우병 사태가 일어난 지 11년이 지났다. 8년이 지난 2016년 대법원은 허위보도라고 판정하고 MBC에 시정을 권고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청와대에 온갖 루머가 있었다. 한 월간지는 대부분 허위조작이라 밝혀 보도한 것을 안다. 하지만 사람들의 잘못된 기억을 지우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렇게 뿌려진 씨앗은 이제 거짓의 꽃이 피고지어 ‘희대의 가족 사기단’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무시험으로 들어갔는데, 대학과 대학원은 부적절한 논문으로 입학시켜 고려대와 서울대에서 대규모 시위가 지난 22일 시작되었다. 새로운 촛불 시위다. 이제는 외국인 친구를 만나기 두렵다. ‘영국신사’를 꿈꾸었는 데, 우리는 가짜에 놀아난 국민으로 낙인 찍히지않을까 두렵다. 정직과 진실이 이렇게 편하고 아름다운 줄 몰랐다.

영국도 한 때는 아프리카 노예를 매매하기 위하여 인간사냥도 서슴지 않았다. 지금 같은 영국신사가 되기 까지는 수많은 과오의 강을 건넜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추악한 면도 많았다. 특히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나올 때에는 최악의 인권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미 쓰레기 통에 들어갔다는 공산주의 이론도 당시 어린 노동자들이 밤새워 일하는 노동의 여건도 열악했고 대가도 바닥이었으니 인권 개선을 위한 시각으로 보면 칼 마르크스는 휴머니스트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다. 당시 열악한 상황은 이 자본론 속에 런던 데일리 그래프 신문 기사를 그대로 스크랩하여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런던이 세계금융의 중심이 된 것은 바로 이 신용 때문이 아닌가 한다. 특히 보험사업의 시작은 유명한 로이드 보험회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보험회사 직원과 화물주와 저녁을 하고 있었다. 뉴욕항에서 화물을 내일 싣는다는 말을 듣고 내일 보험에 가입하기로 약속 했는데, 다음 날 배가 침몰하여 화주는 모든 것을 잃게 되어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때 로이드 보험사 직원은 보험금을 들고 나타났다고 한다. 이 후로 보험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며 보험산업이 발전되었다고 한다.

옛날 유럽영화를 보면 자주 나오는 결투는 목숨을 건 도박이다. 의외로 명예 때문에 결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는 “당신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에 격분해 결투를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명예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신문들도 독재와 싸우던 시절의 기백은 어디 가고 정부 입맛에 맞추어 기사를 쓰는 것 같아 주요 일간지 독자가 대거 이탈했다고 한다. 신문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믿음을 회복하는 길 밖에는 없다. 영국신사라는 말이 이 정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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