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오우가와 그레셤의 법칙서넛이던 네댓이던 마음 맞춰 벗을 삼아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수다이던 담소이던 허물없이 나누는 게 우리들의 일상인데, 어쩌다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로 옥신각신 다투다가 다시는 안 볼 듯이 등을 지고 돌아섰다가도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남남 간의 자잘한 부대낌이다.
너 내되어 보라며 역지사지를 들대기도 하지만 백인백안이고 백인백태인데 어찌 하나 같을 수야 없다는 것인 줄은 서로가 알면서도 맞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는 것도 아니고 이기는 것이 아닌 것을 놓고 서로가 굽히지 않을 때가 있으면 지켜보는 이로서는 부질없어 황당하다.
만경창파도 풍랑이 일렁이고 천년고목도 바람에 흔들리는데 육척단신이 어찌 흔들리지 않겠냐며 시간가고 세월가면 제풀에 꺾이겠지 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문제는 나가서 새로운 만남을 만들면서 돌아다보며 음해를 할 때에는 감당할 재간이 없다. ‘그래 뭐랬어. 양은냄비 끓듯이 할 때 알아봤지’ 하고 퉁을 먹일까 하다가도 입을 다무는 게 상책이다. 양은 냄비도 불을 지피기 나름이라는 것을 터득한지도 오래일 건데 아직도 사람 볼 줄 모른다는 자책감에 자괴감마저 들 것이다.
양은냄비가 어디를 간들 무쇠 솥 되지는 않을 건데 어딘들 길게 가겠나 하고 달래보면, 내색은 안 하지만 지켜보는 눈에는 거북살스러움이 은연중에 역력하다. 상대는 그 쪽에 가서 서로가 죽이 맞아 복닥복닥 잘도 끓는지 모르지만 이쪽은 앓는 속이 보글보글 끓어서 옆에서도 단내가 난다.
잘잘못이 문제가 아니라 소득 없는 다툼이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왜 저러나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위안이라도 될까하여 에둘러서 한마디를 던져준다. 윤고산의 오우가다. 고산도 오죽해서 오우가를 남겼겠나. 만고상청 송죽에다 한결같은 물과 바위 작아도 높이 솟아 밤을 밝히는 달뿐이라고 했대도, 분을 못 삭이지 못하면 한마디를 더 보탠다. 에끼 이 사람아 오래전에 배워 뒀던 그레셤의 법칙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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