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가을맞이
아침을 열며-가을맞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8.27 17: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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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가을맞이

인생 백년이라 해도 80이라 해도 벌써 반 이상을 살아버렸다. 내 인생의 후반기 결산으로 보자면 후회는 없다 정도가 아니라 진정 과분한 마음이 더도 덜도 아닌 가을 햇살이다. 그래도 한낮엔 열매를 여물게 하는 따가운 햇살이 날카롭다. 절대로 가을이 올 것 같지도 더위가 물러갈 것 같지도 않다. 바짝 독이 오른 모기까지 설쳐대면 무더위가 넌더리가 난다. 현관문을 열면 기다리고 있던 시커먼 모기가 잽싸게 집안으로 침입한다.

모기약을 뿌린다, 파리채를 휘두른다, 모기매트를 갈아 끼운다 해서 한바탕 난리굿을 해서야 일단 한숨돌린다. 왜냐하면 그 시커먼 것에 물리면 한 사흘은 가려워 죽는다. 모기만 없으면 여름 무더위도 견딜만 하려나 말려나, 물파스로 물린 자리를 문지르며 구시렁거린다. 가려운 건 정말 싫다. 그러면 그렇지, 모진 진드기 같은 여름이 그냥 떠날 리가 없다. 그냥 가버리면 분명 열매도 잘 여물지 못하고 쭉정이가 될 것이다.

한 계절이 바뀌려면 거기에 상응하는 반응이 있게 마련이다. 아마도 이 여름이 온전히 가고 가을이 오려면 태풍이 두어 차례 불어닥칠 것이다. 탄탄한 결실을 기다리던 갖가지 열매들이 더러 땅으로 떨어지기도 하면서 막바지 여름햇살을 씩씩하게 받아들인다. 마찬가지로 사악함도 그냥 공으로 물러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특히 그 사악함으로 올바름을 속이며 짓누르고 있었다면 절대로 대가없이 떠나지 않을 것이란 짐작을 한다.

문재인 정부가 조국교수를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한 이후 벌어지는 우리사회의 몸살을 보면서 처음에는 몹시도 기이했다. 대통령이 장관후보자를 지명하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그 후보의 적격심의를 거친다. 내심 아주 드라마틱한 청문회가 될 것이 예상되어 기대를 했다. 여당과 정부정책에 사사건건 반대를 해온 야당이고 보면 여당과 맞서 막상막하의 청문회가 될 게 뻔하지 않은가 말이다.

후보자의 동생이 사채를 썼다느니, 그의 딸이 수시로 모 대학을 하향지원으로 합격을 했다고 난리가 났다. 사채를 쓰는 일이나 대학을 합격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은 모양이고. 혹 그의 동생이나 딸이 장관자리를 넘보나 해서 당혹했다.

더 당혹했던 건 정작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써 자질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일이다. 그나저나 청문회를 열면 뭐가 뭔지 잘 알 수 있을 텐데 왜 가족들 이야기로 밖에서 변죽만 울리고 장외집회니 뭐니 해서 자꾸 헷갈리게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처서가 지나자 조석이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살만하다. 사필귀정이다. 우리 서민국민은 마음으로나 몸으로나 올바른 쪽을 지지하며 그 올바름이 승리하기를 기대하며 가을맞이를 준비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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