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일 지소미아 파기는 북핵 공조의 파기이다
시론-한일 지소미아 파기는 북핵 공조의 파기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8.28 15:1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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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한일 지소미아 파기는 북핵 공조의 파기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은 한국의 파기 통보로 90일후 종료된다. 청와대는 결정의 합리성을 말하지만,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외교안보정책은 주관과 독단의 영역이 아니다. 내 생각만이 아니라 남의 입장도 읽은 후에 실리와 명분을 얻어야 한다. 역지사지하여 이 문제를 살펴보자.

먼저 지적해 둘 사실은 두 가지이다. 첫째, 한일 지소미아의 목적과 명분은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 공유이다. 즉 2016년 1월(4차)과 9월(5차)의 북한 핵실험에 대응하여 그해 11월 체결되었다. 둘째, 한국은 현재 러시아 베트남 등 21개국과 지소미아를 체결하고 있다. 주고 싶은 정보만을 상대국에 제공하고 또한 제공된 정보의 제3국 누설은 금지된다. 정보는 당연히 많을수록 좋다.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가 북핵 대응을 목적으로 함을 강조하면서, 여러 차례 파기하지 말라고 공식 요청했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명한다. 그동안 북핵 대응을 둘러싼 한미 간의 부조화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기에, 미국은 지소미아 파기를 한국이 북핵 공조를 깨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미중 무역갈등이 패권전쟁의 성격을 가지며, 미국이 중국에 대응하는 인도태평양 벨트를 구축하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당연히 미국의 동맹인 한일간의 갈등은 이 구상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래서 미국은 지소미아 파기를 한국의 ‘친중국 성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는 대북 전략물자 유출을 표면적 이유로 한다. 그런데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일본이 지소미아 파기를 북핵 공조 이탈로 규정하면, 결과적으로 이는 일본 주장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게 된다. 일본은 미국과 달리 북한 핵·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있다. 그래서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의 헌법 개정과 군사대국화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구나 이제 일본은 미국에 대한 한국과의 동맹 경쟁에서 한국을 따돌리고 미일동맹만을 주장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집권이래 미일동맹 강화에 주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훈련이 ‘돈낭비’라고 말했다. 군사훈련은 전시대응력 강화를 위한 것인데, 한국을 믿을 수 없다면 헛수고가 된다. 일본을 겨냥한 우리의 독도 영토수호훈련이 끝나자마자 미국과 일본이 합동연습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그럴 가능성을 보여준다.

북한은 한일 지소미아 파기를 가장 반긴다. 북핵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스스로 대북 공조에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지소미아 파기로 ‘탈노예선언’을 하라고 요구해 온 북한은 이제 핵보유국 지위 획득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되었다. 게다가 비대칭무기 핵의 위력으로 우리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고 욕하여도 아무런 반발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겁먹은 자는 더 다그쳐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공포정치의 기본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북 최대압박이 아니라 북한의 대남 최대압박이 되어버렸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한국은 북한의 ‘한번 본 적도 없는 초대형 방사포’ 위협 아래 놓이고 있다.

중국도 러시아도 한미일 공조 와해를 환영하고, 나아가 이것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길 기대할 것이다. 동맹국 미국이 극구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다익선의 정보 공유를 스스로 파기하고 북핵 공조에 위기를 초래한 이번 결정은 우리의 국가안보에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고 있다.

적이 누군지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적은 없고, 적과 벗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 화는 없다. 아직도 결정 번복의 시간은 있다. 북핵 폐기를 위한 지소미아는 복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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