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지킨다.
강남훈 칼럼-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지킨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8.29 18:4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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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지킨다.


산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와 주류업계는 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차례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쳤던 조선업계도 추가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정부의 출점규제에 이어 한·일간 ‘경제전쟁’으로 인한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겹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류업계 역시 ‘윤창호 법’으로 인해 술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중·소 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 중에 있다.

구조조정은 기업이 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일종의 개혁 작업이다. 불필요한 사업을 축소·폐지하거나 다른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등 경영악화로 인한 기업의 자구책(自救策)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뒤따르는 것이 ‘인력조정’이다. 기존사업을 축소·폐지하다보면, 자연 불필요한 인력이 생겨날 것이고, 기업의 입장에선 이를 정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침체로 인한 매출급감 등 불안정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던 구조조정은 기업과 근로자들 간에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종종 되기도 했다.

현재 제일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유통업체다. 적자 점포를 폐점하고, 위험부담이 덜한 위탁경영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여기다 정부에 내야하는 세금까지 크게 늘어 2, 3중고를 겪고 있다. AK플라자, 롯데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업체는 점포를 폐점·정리하거나 매각 등의 방법을 동원해 현금 확보 등 위기돌파를 꾀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내수 침체시기에 막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 구조조정과 수익다각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 6월25일부터 시행된 ‘윤창호 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주류업계다. 한층 강화된 음주운전 처벌로 인해 술 소비량은 급감했다. ‘딱 한잔도 걸린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이 법이 시행 두 달째를 넘기면서 주점이나 음식점 등에는 밤 10시 이후 술손님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새로운 풍속도가 형성됐다. 법 시행이후 음주운전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여서 긍정적인 효과는 나타나고 있지만, 음식점은 물론 주류업계는 울상이다. 이러다보니 주류업계는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경남의 향토기업인 한 주류업체는 최근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서울공략’에 앞장섰던 수도권영업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기여파와 주류환경의 변화 등으로 주류산업이 갈수록 침체해 가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다지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다 최근 몇 년간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서울 등 수도권 시장 안착이 여의치 않았다. 주류업계의 공룡이 버티고 있는 서울시장을 지방업체가 공략하다보니 마케팅과 영업네트워크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텃밭’지키기다. 경남 부산의 ‘대표주자’로서의 위치를 더욱 굳히기 위해 영업력 확대와 치열한 홍보전을 전개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賞君)의 식객이었던 풍환(馮驩)은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위해 세 개의 은신처를 항상 확보해 두었다가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마다 위기를 넘기고 피신할 수 있게 했다. 교토삼굴(狡兎三窟, 똑똑한 토끼는 위기에 대비한 세 개의 굴을 파고 산다)에 얽힌 고사다.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 피할 수 있는 구멍 세 개는 항상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유통업계와 주류업계가 진행 중인 구조조정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세 개의 구멍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묘약(妙藥)이 될 때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보존되고, 지역도 함께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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