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이용원 김해 장유 터줏대감 ‘태양이용원’ 남정호씨
추억의 이용원 김해 장유 터줏대감 ‘태양이용원’ 남정호씨
  • 최원태기자
  • 승인 2019.09.01 17:46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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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품은 이발관 눈길…“단골손님에 힘이 나죠”
▲ 김해 장유에서 태양이용을 운영하고 있는 남정호씨가 손님의 머리카락을 깎고 있다.

가위질로 56년째 세월 깎고 있는 이발사

아버지 기술 터득 권유에 19살부터 시작
장인정신 깃든 손짓으로 손님 호평 일색

삼색등·손때 묻은 바리캉·면도날 등
이발관 분위기 만끽하려는 사람들 많아
“돈보다 사람이 재산…신뢰로 손님 맞이”


김해 장유로 30번길 12에 소재한 태양이용원 터줏대감 남정호씨의 이발관은 특유의 레온빛인 빨강, 파랑, 하얀 불빛이 빙빙 돌아가는 장유 구도시 도로에서 장유교회 방향 200m가량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다. 태양이용원 바로 앞에는 사장님의 발이 되는 자전거 한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태양이용원 남정호씨는 경북 영주 농촌에서 3남 3녀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께서는 “가난을 이겨내는 길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최고”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아시는 분 소개로 19살 때부터 이용원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꿈을 키워왔다. 현재 나이 75세로 가위를 잡은 지 그야말로 56년째 정통이발사 길을 정진하여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간 이발관 = 60년, 70년 후 보릿고개 어린 시절 아이들은 머리가 길면 집에서 어머니들이 대부분 머리를 잘랐던 경험은 한번쯤 있다. 또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간 이발관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머리를 잘라주는 사람은 이발소 사장님이셨다.

이처럼 키 작은 아이들을 위해 널빤지를 올려놓고 이발을 하는데 애기들은 겁이나 울음을 터트리곤 했다. 바리깡으로 목 언저리 밑동부터 깎아 올라가던 그 차가웠던 기계의 낯선 느낌도 기억이 난다. 당시 이발소하면 손잡이를 당기면 뒤로 눕혀지는 낡고 묵직한 의자의 팔걸이, 특히 의자 앞으로는 손때 묻은 바리캉이며 가위며 알루미늄 빗, 날이 접히는 옛날 면도기, 옆에는 비누 거품을 내는 플라스틱 컵이, 그 옆으로는 면도날 갈 때 쓰는 닳아빠진 가죽 허리띠가 매달려 있던 흑백 같은 옛 추억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명절 때면 늘 목욕탕을 찾았고 그리곤 반드시 이발관에서 머리를 깎았다. 소위 말해 ‘때 빼고 광내는’ 그런 일을 일 년에 두 차례는 찾아 왔었다. 그러다 세월이 좋아지고 패션이라는 용어가 남자들에게도 먹혀 들어가면서 동네 이발관들은 사양길에 접어 들었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은 헤어살롱 등으로 이름을 거창하게 내건 미장원 미용실이다.

남정호씨가 운영하는 이용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장님의 발이 되는 자전거와 함께 이발소를 상징하는 삼색등이 눈길을 끈다.
남정호씨가 운영하는 이용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장님의 발이 되는 자전거와 함께 이발소를 상징하는 삼색등이 눈길을 끈다.

◆56년간의 추억의 태양이용원 터줏대감 = 주인장 남정호 어르신은 이발관을 시작한지 56년이다. 지난 숱한 세월, 추억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인생에 걸어온 고달프고 행복했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다.

아버지와 찾았던 추억의 이발관은 점점 찾기 힘들게 되었지만 70세가 훨씬 넘으신 어르신이 깎아 주는 머리 솜씨가 오래전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이용원에 들어가자 한 두 사람 머리를 깎기 위해 기다리는 손님, 이발을 마치고 면도를 하던 손님이 의자에 누워있었다. 사장님의 재빠른 솜씨로 금방 깔끔하게 면도를 마치는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세월이 묻어난 경험, 실력을 알 수가 있다 = 사장님은 이발소로 돈을 벌기보다는 고객의 멋을 창조한다는 예술인의 마음으로 해야 한다며 처음에 함께 이발소를 차렸던 사람, 돈을 쫓은 사람들도 결국 문을 닫고 업종을 바꿔 다른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필자가 “사장님은 성격이 워낙 차분하고 깔끔하고 또 친절하신데 손님이 더 많겠어요?”라고 여쭈니 “정성들여 잘해주시니까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여유 있고 잔잔한 미소에 맑은 웃음과 언제나 변함없이 따뜻하고 반가운 인상으로 손님을 맞이하기에 단골손님들에게 입소문이 나 있다.

특히 요즘 젊은 손님들은 주로 미용실을 이용하기에 손님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이곳에 오시는 손님은 대부분 중년 이상의 어르신들이 주 단골손님들이라고 말한다.


◆하루 가게에 찾아오시는 손님 = 평균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손님이 들어온다. 대부분 손님들은 연령대가 있고 시간이 촉박한 분들이 없어서 이 때문에 40분이면 끝날 이발을 50여분씩 공들여 다듬는다. 머리를 깎으면 작은 머리카락 조각들이 런닝셔츠 어딘가 붙어 하루 종일 찔릴까봐 스펀지로 머리털을 털어 낸다.

이발이 끝났다. 단정해진 머리 선을 보라. 정말 훤해진게 느껴진다. 깔끔한 면도만큼은 미장원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분야라고 강조하셨던 사장님은 대부분 젊은 헤어디자이너를 찾는다고 한다.

머리를 감는다. 한 번은 비누로 감겨 주시고, 두 번짼 샴푸로 감겨 주시고 이어 세수대에 세숫물을 담아 주시며 얼굴을 씻으라는 걸로 머리감기 작업은 끝나게 된다.

머리를 감았으면 말려야 한다. 수건으로 탈탈탈 1차로 물기를 최대한 뽑아낸다. “으이구 션(시원)하다” 하는 손님들의 표정을 보라. 정말 머리 깎고, 감고, 세수하고 의자에 앉아 저 머리털기 과정에 들어가면 진짜로 션해진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뒷머리 선을 보라. 역시 장인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사장님은 이발관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손님들이 자주 오신다며 신뢰와 자부심으로 고객을 맞이하며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금 손님들은 저를 프로로 인정해주는 단골들 = 나이가 들어선 돈보다 명예가 중요하다더니, 제가 지금 그런 것 같네요(웃음). 대화는 치매 예방에도 좋다며 멋쩍게 웃는 사장님은 한편으론 노년층의 도태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문제시 되고 있지만, 고령에 속하는 저에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오래된 단골들은 환갑, 칠순까지 찾아왔을 정도다. 그때가 평생 이발 일을 하며 가장 보람찼던 날들이었다고 회상했다. “30년 단골들이었죠. 인생은 그런 맛에 사는 것 아니겠어요. 돈이 아니라 사람이 재산이죠. 팔순에도 찾아오길 고대합니다.(웃음)” 남정호 사장님은 “일에 대한 더 이상의 욕심은 없다. 일이 즐거우면 인생은 낙원이다, 일이 의무에 불과하면 인생은 지옥이다. 이발관이 경제적으로 유지될 때까지만 일을 할 생각이다”고 했다.

남정호씨가 손님의 면도를 하고 있다.
남정호씨가 손님의 면도를 하고 있다.

◆사장님 그때는 직원들 몇명 두고 일했나요 = “그때는 엄청 장사가 잘됐지 일하는 사람 4명 5명도 모자랄 정도 데리고 일했으니 엄청 잘됐지 의자도 5개야~ 하하 그때는 점심 먹을 시간도 없었다네”. “맞아요~ 저 어렸을적 남자는 머리손질을 전부 이발소에서 했자나요~ 그래서 이발소 가서 보통 30~40분 정도는 기본으로 기다렸던 추억이 있어요~.”

“그때는 그랬지~ 나도 이걸로 애들 대학교까지 공부 시키고 시집도 보내고 했으니~ 처음으로 이발관을 오픈했을 때 사람들이 10m는 줄지어 서 있었지~ 머리 자르고 샘 있는 수돗가로 가서 머리를 감았거든~.”
“이쯤 했으면 됐죠. 가뜩이나 돈도 안 되고 건강도 챙겨야 하고 저의 목표는 앞으로 10년입니다. 10년 정도만 더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형편이 받쳐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지만 그때까지 만이라도 단골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었으면 좋겠네요.”

◆손님과의 에피소드를 여쭈니 = “35년 전쯤 한 청년이 이발하려고 찾아왔다. 이 청년은 특별한 직업도 없다고 했다. 이발기술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했는데 처음에 한 달 가까이 착실하게 기술을 배우다가 알콜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게 사는 분이었다. 친하게 형처럼 마음을 나누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오랜 세월 동안 저에게 손을 거쳐 간 사람 중에는 이미 돌아가신 분도 있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왔던 꼬마도 이미 중년이 되어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어떤 분은 술에 취해 퇴폐이발소가 아니냐는 고객도 가끔 있다고 한다. 설명하던 사장님은 이발관과 그런 퇴폐 이발소와는 절대로 다르니 구분을 달리해 달라고 하며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용사 면허증 수료증을 보여주셨다.

◆이발소 레온불빛에 궁금합니다 =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프랑스 외과의사가 머리 수술을 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깎아야 하는데 이에 빨강 동맥, 파랑 정맥, 하얀 붕대로 이에 유래가 내려와 이발소 레온 색이라고 했다.

요즘 세태, 찾는 손님이 줄어들어 사라져가는 우리의 옛 모습에 진한 향수를 느끼고 장인정신과 예술혼에 존경심을 갖는다. 인생의 마지막 의무는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하는 것이다. 외로운 노년을 자식에게 기대려는 것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노년의 상실감을 품위와 의지로 견뎌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마지막으로 용감해질 수 있는 기회다.

이용원 안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남정호씨.
이용원 안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남정호씨.

자신은 늘 손님 고객과 함께하는 인생은 즐거웠다고 하는 그는, 가끔은 힘들고 주저앉고 싶은 시간이 나를 휘감아와도 애써 하늘을 보며 휘파람 휘휘 불며 이젠 수채화 같은 기억을 일기장에 적고 작은 미소를 짓는 멋진 단풍처럼 노년이 되어버린 이 계절에 꼭 이루고 싶었던 꿈을 펼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말하며 행복에 젖어 있다.

또 늘 곁에서 항상 묵묵히 친구 같은 존재로 나를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고마운 부인(장순분)에게 먼저 감사하며 나를 위해 많은 고생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자식들을 휼륭하게 키워주신 천생연분 내사랑 마누라에게 또 다시 감사를 표한다.

한편 태양이용원 터줏대감 주인장 남정호씨는 항상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인사로 소문이 나있다. 취재 후, 발길을 돌리며 왠지 가슴 뭉클함을 느끼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이발사로 행복하시길 바래본다. 최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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