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가을은 오건만
진주성-가을은 오건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03 16: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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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가을은 오건만

가을장마에다 태풍 링링까지 온다니 걱정을 보탠다. 추석이 코앞인데 오곡백과가 얼른 여물어서 추석대목에 출하를 해야 할 농민들도 걱정이고 태풍이 양식장을 덮칠까봐 어민들도 걱정인데 전통시장상인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대형매장과 집단매장지구에 짓밟히는데다 온라인 구매와 다단계성행으로 벼랑 끝에 내몰려서 죽을 지경이지만 추석대목경기라도 반짝 볼까했는데 방방곳곳에서 직거래장터까지 개설돼 뭐라고 말은 못하고 한숨만 내쉰다.

대형매장의 매출금이 밤새 서울본사로 올라감으로 지방에는 돈이 씨가 마른다고 볼멘소리 해봤자 원-스톱에 논-스톱으로 소비자가 편리하다는데 할 말이 없고, IT시대에 신속하고 편리하게 구매한다는데 더할 말도 없고, 생산자를 위하고 소비자를 위한 직거래장터라는데 입 한 번 빵긋했다가는 멍석말이가 아니라 여론몰이로 초죽음이 될 건데 추석대목을 목전에 두고 골목상인들은 입에서 단내가 난다.

이들 말고도 단내가 나는 사람이 또 있다. 대통령이다. 동남아 3국의 순방길에 나섰지만 나라 안팎의 얼키설킨 사정들로 입에서 단내가 날 것이다. 북한이 저러고 일본이 이러는데 조국사태로 나라 안이 들끓어 뒤가 돌아보여서 순방목적을 제대로 이룰까가 걱정이다.

조금만 힘을 보태고 뜻을 모우면 이 난국을 풀어가겠는데 이 쪽이라 하면 저 쪽이라 하고 이 게 맞다 하면 저 게 맞다 하며 사사건건 엇박자만 나는데 목구멍에서 단내가 날만도 하다. 조국법무장관 후보지명자는 자진사퇴는 있을 수 없다며 법에도 없고 전례도 없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장시간하며 내일이라도 청문회가 열리면 또 밝히겠다고 버티는데 대통령도 지명철회를 할 생각이 없으니 지켜보는 국민들은 입에서 단내가 난다.

조국후보자는 사법개혁을 자신만이 할 수 있어 십자가를 지는 것 같이 말하지만 사법개혁을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다. 학식이 오만하면 성찰이 못 따른다. 지금은 본인의 소명이 답이 아니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국태민안을 뒤흔든 분란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는 국리민복을 위해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은 억울하다 해도 사퇴해야 하는 이유다.

수신제가를 따질 필요도 없이 국력낭비를 막고 국태민안의 회복을 위해 후보사퇴를 해야 한다. 여야국회의원들도 당을 대변하지 말고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 옳다. 가을은 오건만 국민들의 입에서 단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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