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주필의 신인물기행-국립경상대학교 정덕화 전 석좌교수
강남훈 주필의 신인물기행-국립경상대학교 정덕화 전 석좌교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03 18:22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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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P(농산물 우수관리) 제도, 우리농업의 미래 이끄는 중심축 될 것”
▲ (사)대한민국GAP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경상대학교 정덕화 석좌교수. 그는 “농산물 안전관리제도인 GAP를 소비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지막 여생을 GAP운동에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 제공 위한 제도

대한민국GAP연합회 회장 맡아 선구자 역할
생산·소비자 참여 교육으로 GAP 활성화
“마지막 여생은 GAP운동에 바칠 것” 강조


국립경상대학교 정덕화 전 석좌교수(69, 식품공학과). 그는 지난 2015년 30여 년 동안 몸담았던 이 대학 식품공학과 교수직을 퇴임했다. 경상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77년)한 후 충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그리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식품공학과) Post Doc과정을 거쳤다. 정년퇴직을 한 그는 요즘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국무총리실, 농림축산식품부 등 중앙부처의 식품분야 위원회 위원으로 왕성한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13년 (사)대한민국GAP연합회를 창립해 회장을 맡아 농산물 안전성을 위한 GAP 제도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를 만난 것은 지난달 26일 오전이었다. 경남 진주시 문산읍 월아산로 950번 길에 자리 잡고 있는 그의 개인연구소에는 ㈜한국농식품안전관리원(KAFSI), (사)대한민국GAP연합회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GAP제도야 말로 농촌의 합리성을 회복하고 건전한 농촌을 재건할 수 있는 새 시대에 걸 맞는 농민운동임을 확신 한다”며 “마지막 여생을 GAP운동에 바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말에 수긍을 하면서도 다소 생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GAP제도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지난해 12월 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사)대한민국GAP연합회와 (사)한국부인회가 공동 주관으로 개최한 ‘2018 GAP 코리아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농산물 우수관리 인증제도와 관련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사)대한민국GAP연합회와 (사)한국부인회가 공동 주관으로 개최한 ‘2018 GAP 코리아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농산물 우수관리 인증제도와 관련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GAP제도란 무엇인가요?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란 정부에서 인증한 농산물우수관리제도입니다. 각종 농산물의 재배환경, 재배과정, 수확 및 수확 후 처리과정, 이 과정에서 혼입될 수 있는 물리, 화학, 생물학적 다양한 위해요소를 분석해 사전에 제거하거나 감소시켜 최종 생산농산물에는 위해요소가 없거나 있어도 국가가 정한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어 안전성이 확보된 농산물을 생산, 공급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로 국제화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안전관리제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시죠.
▲두 가지를 준비해야 GAP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정부가 정해 놓은 기준에 부합해야만 하고, 또 하나는 먹으면 탈이 나는 것, 즉 위해요소를 사전에 관리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의 제도가 대부분 생산자의 입장에서 준비된데 비해 GAP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안전관리제도이지요. 쉽게 표현하면 손 잘 씻고, 정리정돈 잘하고, 깨끗이 하는 제2의 새마을 운동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HACCP(해썹)과는 다른 건가요?
▲정부의 소비자 중심 식품안전관리 정책에는 기본적인 ‘철학’이 있습니다. 위해요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식중독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측, 예방하는 것입니다. 식약처가 가공식품의 안전성, 식품원료(축산물, 수산물)의 안전성을 위해 HACCP을 도입해 관리하는 것처럼, GAP도 농식품부에서 농산물우수관리인증기준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식약처의 HACCP 원리를 농산물에 도입한 것이 GAP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왜 생소한가요?
▲우리나라에서 GAP제도를 도입한 것은 2006년입니다. 생산, 유통단계의 농산물안전성 확보를 위해서입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 등 국제기구에서도 GAP기준법을 마련, 유럽, 미국, 칠레 등 주요국가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도 100대 국정과제 속에 품질 좋은 먹거리 공급을 위해 GAP 및 HACCP 인증농가 확대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 운동을 하다 보니 중앙정부의 정책이 지방까지 전파되는데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훌륭한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한데도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굳이 이러한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 있는지요?
▲농산물의 안전성이라는 것은 농약이나 비료만 관리해서 확보되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성의 대부분은 살아있는 벌레, 즉 미생물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해요소의 합리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농약을 친 사과를 먹고 벌레가 나왔다고 말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습니다. 요즘 농민들은 (잔류농약)허용기준치를 철저히 지킵니다. 그렇지 않으면 농산물을 판매할 수 없습니다. 허용기준치 이하로 잔류하면 100% 안전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정부가 이런 기준을 왜 정해 놓았겠습니까? 농업은 과학입니다. 과학성에 뒷받침한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자는 것입니다.


정 교수가 GAP와 인연을 맺은 것은 우리나라 농식품 안전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기 때문. 그는 지난 2월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위원으로 4번째 연임되어 현재 이 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운영협의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수산품질관리심의회 위원(위원장), 농림식품과학기술위원, 농식품안전관리포럼 위원장 등도 맡고 있다. 그는 2005년 농림축산식품부가 GAP를 도입하여 시범사업을 수행할 때부터 지금까지 GAP연구회를 만들고 제도를 개선하는 등 GAP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GAP는 미래의 우리 농업을 끌고 가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과 GAP제도가 다소 혼동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친환경은 환경을 살리기 위한 지속가능한 국제적 농법(農法)으로 생산관리 제도를 말하는 것이고, GAP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안전관리 제도인 것입니다. 하나는 생산자인 농민을 중심으로 준비한 제도이고, 또 하나는 소비자를 위해 준비한 제도로서 근본적인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각 제도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5월 1일 GAP활성화를 위한 국회토론회 모습.
지난 5월 1일 GAP활성화를 위한 국회토론회 모습.

-그럼, GAP제도도 HACCP처럼 머지않아 활성화 되겠군요.
▲HACCP이 도입 된지 올해로 24년째 됩니다. 지금부터 10년 전만해도 ‘HACCP을 안하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웃기는 소리하지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가공식품 등의 경우 HACCP을 하지 않으면 아예 신고가 되지 않습니다. HACCP 완성년도가 2024년입니다. GAP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현재 GAP 인증율이 9% 정도지만 2025년쯤 되면 대형마트는 GAP적용을 받은 농산물을 제한적으로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약 80%에 달하는 GAP 농산물이 대형마트에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GAP인증을 못 받으면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국내 마트에도 유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PLS(Positive List System,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농약의 오남용금지, 등록된 작물에만 판매하고 사용하는 것, 농약의 희석배수와 살포횟수를 반드시 준수하는 것, 농약사용 기준을 지키는 것 등이 거의 동일한 것입니다. GAP는 정부가 2006년부터 PLS에 대비해 준비한 제도로 올바른 농약 선택과 사용으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는 대단히 합리적인 제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현재 GAP 인증농가는 어느 정도 되는지요?
▲비록 우리나라가 GAP도입을 미국 등의 선진국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이미 HACCP에 기초한 안전관리의 원리를 구축했고, 9만 이상의 GAP농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라 농사를 지으면 ‘관행농’보다 생산성은 물론 안전성이 증대되어 GAP농가가 더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까지 노력을 토대로 정부와 농업인, 그리고 소비자가 함께 이해하고 열심히 홍보한다면 안전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귀한 정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정 교수는 GAP제도의 선구자답게 시종일관 이 제도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는 “농산물 안전관리제도인 GAP를 소비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대단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준비해 놓은 제도를 우선 소비자가 정확히 알고 홍보하는 것이 GAP제도 활성화의 지름길이다”며 “지방정부도 이러한 중앙정부의 취지에 맞추어 농정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생산자인 농민이 중심이 된 대한민국GAP연합회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창원에서 2018 GAP KOREA 심포지엄을 개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사)한국부인회와 공동으로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GAP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산물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우리가 개최하는 대부분의 행사에는 참석자 중 40% 정도는 소비자들을 반드시 참석시킵니다. 올해는 오는 11월에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한국부인회 전남지부 등과 공동으로 이 행사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지난 8월엔 경북 상주에서 GAP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합회의 전반적인 활동사항을 소개해 주시죠.
▲네, 8월 24일 경북 상주 포도영농조합을 방문해 포도농장 체험행사에 참석한 영양(교)사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3년 전부터 영양(교)사들을 교육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대단히 좋고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 지난 5월과 지난달 7일에는 국회에서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소비자공익포럼, 한국부인회 등과 공동으로 GAP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앞으로 국회 안에 GAP연구회도 만들 계획입니다. 지방자치단체와도 활발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전남 영암에서 한국부인회 전남지부와, 그리고 지난 7월에는 경북 칠곡에서 (사)소비자공익네트워크 경북지부와 모임을 가졌습니다.

지난 8월 24일 경북 상주에서 열린 영양(교)사 자발적학습 프로그램 행사에 참석 GAP 홍보를 실시했다.
지난 8월 24일 경북 상주에서 열린 영양(교)사 자발적학습 프로그램 행사에 참석 GAP 홍보를 실시했다.

-교수님 고향이 진주라고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히 강조하시고 싶은 말씀은…
▲진주 대평리가 저의 고향입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진주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상대학교에 진학해 지금까지 진주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진주 촌놈’이지요. 국무총리실 등 범부처 차원에서 식품안전에 대해 평생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다보니 감사한 일이 너무 많습니다. GAP는 정부의 지원 없이 농업인 스스로 안전하게 관리된 농산물을 생산, 공급하는 제도임을 소비자가 꼭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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