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선학산을 오르다가(2)
도민칼럼-선학산을 오르다가(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04 16: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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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 시인·작가
강병선/시조 시인·작가-선학산을 오르다가(2)

선학산 정상 전망대 에서 내려다보는 시야가 다른 날보다 맑다. 진주 성안에 촉석루도 보이고 시내 가운데로 흐르던 남강이 뒤벼리로 숨는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다, 비봉산과 숙호 산, 망진 산이 있어 진주시를 감싸고 있다. 시내 가운데에 선 학산 이 자리하고 있어, 시내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진주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라고 진주에 살고 있음을 뿌듯해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행복해 보였다.

사람들을 정상에 남겨놓고 곧장 하산길로 내려선다. 거리를 걷다보면 체격이 별로이면서 노출욕이 심한 사람이 있다. 반대로 선학산을 오르면서 목 위로는 완전히 가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햇볕이 두려우면 챙 큰 모자에 선글라스정도만 끼면 될 것이다. 챙이 검게 코팅된 가리개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니 상대방 얼굴을 볼 수도 없다. 검게 코팅된 모자챙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은 얼굴을 타지 않게 하려는 방법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챙 큰 모자를 눌러 쓰고 검은 선글라스에다, 눈에서 목까지 내려오는 마스크를 쓰고 등산을 하는 사람도 봤다. 이런 사람들은 공중도덕법에 저촉이 안 되는지 궁금하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남자들이 머리를 길게 해 다니는 것과 여자들이 치마를 짧게 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경범죄로 처벌했었다. 얼굴에 복면을 하고 다니는 사람을 단속하는 법이 없는가 모르겠다. 여자들도 범죄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남자나 여자나 얼굴 가리고 다니는 것을 단속하는 법을 만들면 좋겠다.

유난히 얼굴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노이로제에 빠질 만큼 부정하고 싶다. 이에 민감한 것은 이유가 있다. 우리 부부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을 때 겪은 사건 때문이다. 내가 밖에 볼일 때문에 가게를 비운 적이 있었는데 자정이 넘고 아내가 가게를 지킬 때 밤손님이 왔었다. 얼굴을 가리고 들어와 칼로 위협하고 하루 동안의 매출금을 털어갔다.

몇 달 후에 그 밤손님이 또 왔다. 계산대에 아내가 앉은 뒤로 내가 이불을 덮고 자고 있었는데, 밤손님은 계산대를 뛰어넘었던 것이다. 내가 깜짝 놀라 일어나니 범인은 칼로 나를 위협하면서 도망했다.

경찰이나 도둑을 지켜 주는 보안공사 직원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CCTV에 아주 선명하게 동작들이 찍혔다. 모자를 쿡 눌러 쓰고 눈에 검은 안경을 끼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같은 범인에게 두 차례나 당했지만, 경찰은 잡지 못했다. 가게에 찾아온 단골손님들에게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며 신분증을 조사하고 알리바이를 조사하는 등, 영업에 지장을 받고 말았던 적이 있었다. 나는 이런 일이 있었기에 얼굴 전체를 휘감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치가 떨린다.

몇 년 전 진주시에서 선학산 정상에 전망대 설치 공사를 하면서 자동찻길이 만들어진 후부터 차를 갖고 온 사람들이 등산을 방해하고 있다. 기본 질서만큼은 지켜 주면 좋을 텐데 중턱에까지 차를 갖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좁은 길에 먼지를 날리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한 무리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다 먼지를 일으키며 오르고 있는 승용차를 비켜서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이들의 얘기는 다시 이어진다. 진주시 인구는 13개면과 문산읍을 합해봐야 36만 명밖에 안 된다고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진주에는 경상대학과 교육대학이 있고, 과기대와 국제대학 등, 4년제 대학이 4개나 있으며 보건대학과 연암공과대학도 있다. 각종 농산물은 전국에서 손꼽힐 만큼 많이 생산되며, 물가도 싸고 혁신도시가 완성되어 가고 있으며 아름답고 살기 좋은 진주 다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김천에서 진주까지 철도가 곧 완성된다면 KTX 열차도 운행되고, 진양호와 남강이 있어 물이 풍부하며 교통도 요지이다. 고 말한다. 주변 시 군에 값싼 노동력이 있어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진주에도 대기업들이 들어온다면, 다른 도시처럼 크게 발전될 것인데 우리나라에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외면하고 있다. 고 아직 70이 안 돼 보이는 사람들의 얘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꽃 향기를 계속 맡기 위해 열심히 뒤를 따랐더니 어느새 집이다.
오늘도 역시, 선학산에 오르다, 이 모양 저 모양, 각양각색인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얘기도 들었다. 내 건강도 지켰으니 꿩도 먹고 알도 먹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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