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어느 늙은 아버지의 독백
강남훈 칼럼-어느 늙은 아버지의 독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05 16:5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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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어느 늙은 아버지의 독백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다. 그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할 즈음인 2017년 대선(大選) 당시 ‘서울대 교수 중 저런 분이 있구나!’라는 정도로 밖에 알지 못한다. 가끔 TV를 통해 그의 모습을 보고 ‘스마트하다’, ‘이미지 정치에 적합한 인물이다’ 등의 생각을 했다. 그런 그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에 앉았다. 권력 핵심부에 진입한 것이다. 종종 들리는 얘기가 ‘여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키우는 인물’이라는 ‘조국 대망론’이었다. 이 때문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교수출신인 그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온갖 의혹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튀어 나왔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지난 3주가량 벌어진 논란을 보면, 진위여부를 떠나 ‘과연 법무부 장관으로 적합한가?’라는 의문이 수없이 들었다. 정권 최고의 실세 가운데 1명으로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교수시절부터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여 진보진영의 아이콘으로 인식되었던 그가 이런 꼬리를 무는 의혹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기대하는 ‘검찰개혁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조국 후보자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은 딸 논문과 입시, 장학금, 가족펀드(사모펀드), 웅동학원 등이다. 특히 딸과 관련된 문제들은 이 땅에 자식을 둔 아버지들에게 숱한 허탈감과 무력감, 자괴감을 던져 주었을 것이다. 2주간의 인턴으로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되고, 이를 이용해 국내 유명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는 의혹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장학금 수령과 관련해서도 의혹의 꼬리는 끝이 없다. 과연 평범한 이 시대의 아버지 딸이었다면 이런 것이 가능했겠는가? 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대학가에서 촛불집회가 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각종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해명하겠다며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장장 8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00여 차례의 질문에 대해 ‘몰랐다’, ‘부탁한적 없다’, ‘불법은 없다’, ‘죄송하다’로 일관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날 기자간담회 동안 ‘몰랐다’는 말을 50번이나 했다고 한다. 자신이 국민에게 ‘직접 해명 하겠다’고 해서 열린 기자간담회다. 그런데도 그는 ‘모르쇠’로 버텼고,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이런 기자간담회를 왜 하느냐’는 일부 비난도 있었다. 딸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의문투성이였다.

조 후보자 문제는 이제 두 가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하나는 검찰 수사다. 검찰은 그동안 조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을 밝히기 위해 그의 아내 연구실 등 30여 곳이 넘는 곳을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딸의 의학논문 특혜의혹과 관련해서 책임저자인 단국대 장모교수를 지난 3일 참고인으로 소환해 16시간 동안 조사를 벌이는 등 속도를 내고 있어 온 국민이 주목하고 있다. 또 하나는 6일 실시될 여야의 ‘뒷북’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여부와 상관없이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청문보고서 재송부와 무관하게 사실상 임명(오는 9일쯤)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후보자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과년(瓜年)한 딸을 두고 있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능력 있는 아버지(?)를 두었으면, 입시 생지옥에서 좀 덜 힘들게 했을 텐데…라고 무능함을 질책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가수 최백호는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심정을 노래한 <애비>라는 곡을 2003년 발표했다. 이 곡의 노랫말이 어느 늙은 아버지의 독백(獨白)처럼 들린다. 가뭄으로 말라터진/논바닥 같은 가슴이라면/너는 알겠니/비바람이 몰아치는 텅 빈 벌판에/홀로선 솔나무 같은 마음이구나/그래 그래 그래 너무 예쁘다/새하얀 드레스에 내 딸 모습이/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애비 소원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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