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시조는 힐링 문학이다
시론-시조는 힐링 문학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08 15:1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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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시조는 힐링 문학이다

마음을 치유한다는 ‘힐링(Healing)’ 이라는 단어가 만병통치약처럼 쓰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확실한 치유가 되는 만병통치약 수단으로 힐링은 없다고 본다. 등산, 낚시, 독서 등 취미생활도 힐링에 도움이 될 것이고 산책도 그런 방법 중의 하나 일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가 나타나는 시각에 시계를 맞추었다는 일화가 있듯이 칸트는 산책의 대명사로 꼽는 사람이 많다. 서울의 강남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양재천에는 칸트의 산책로가 있다. 양재시민의 숲 전철역에서 양재천을 따라 십여 분 정도 걸어가면 칸트의 산책로가 나온다. 이곳에 칸트가 의자에 앉아 있는 흉상이 있고 칸트의 어록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무엇인가 일을 할 것 둘째 누군가를 사랑할 것 그리고 무엇인가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런 것이 힐링의 한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는 교세라 그룹의 이나모리 회장은 “일은 만병통치약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쉽게 말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을 때에 병에 대한 면역력이 증강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나모리 회장은 일본항공(JAL)이 추락직전에 있을 때에 일본정부의 요청에 따라 3년 만에 일본항공의 구원투수로 나가 정상화 시키고 여든 하나에 JAL을 떠난 인물이다.

최근의 경제현상은 경제에 평생을 몸담은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지난 해 국민총소득(GNI) 기준 84%인데, 지난달의 수출은 13.6% 감소했다고 한다. 세계은행은 지난 해 우리나라 경제를 GDP 기준 12위 GNI 기준 31위다. 10대 경제강국으로 끌어 올린 사람들은 걱정이 태산 같을 수밖에 없다. 이런 고통을 들어줄 힐링 처방은 없는 것일까!

시조는 약 700년 전 고려 말에 시조의 틀이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조는 역동 우탁의 <탄로가>, 포은 정몽주 <단심가> 등 선비들의 소신이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한산섬 달 밝은 밤에>, 김종서 장군의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등 장군들의 기개를 돋보이게 한다. 지금의 예술인이었던 기생 황진이의 <동짓날 기나긴 밤을> 홍랑의 <묏버들 가려 꺾어> 등 시조는 머슴에서 왕까지 즐겼던 예술의 한 장르이다. 자신의 뜻을 단 3줄에 담아 시적으로 전하는 예술이다. 이 보다 더 단순하면서 완성의 미를 보이는 것은 보기 어렵다. 마치 높은 산의 정상에 오르는 기분이다.

2013년 중미의 니카라과에서 열린 세계시인대회에 참가하여 일본 시인의 하이쿠 소개와 중국시인의 오언절구(五言絶句), 칠언절구(七言絶句義) 시를 소개하는 데, 시조에 대한 소개를 할 정도의 지식이 없어서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던 차에 시조의 세계화에 참여해 달라는 권유를 받고 입문하게 되었다.

일본의 <하이쿠>는 5·7·5 총 17자로 간단하다. 전후 일본인들의 단결하는 정신적 지주가 되었고 지금 <하이쿠> 인구는 500만이라고 한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매년 <하이쿠>의 날이 정해져 <하이쿠>를 짓는 것이 정례화 되어 있다고 하버드대 명예교수 데이비드 맥캔 교수는 말했다. 그는 시조는 격이 높으니 중고등학교에서 시조를 짓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시조 세계화에 가장 앞장서는 인물이다.

데이비드 교수와 서강대 웨인(Wayne) 교수가 주축이 되어 영문으로 시조저널을 지난해부터 발행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시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국제영화제 등에 출품하고 세계에 홍보하기 위한 작업을 최근에 시작했다. 진주에는 시조문학관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클 뿐만이라 시조 창작실을 갖춘 복합적인 공간이다. 시조가 우리 것이니 세계에서 제일 큰 셈이다. 이 곳에서 세계에 알릴 영상작업이 오는 10월에 있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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