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추석 한가위 정(情)을 나누자
진주성-추석 한가위 정(情)을 나누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08 16:3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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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추석 한가위 정(情)을 나누자

추석 한가위가 눈앞이다. 추석명절은 늘 풍성함이 떠오른다. 이웃을 되돌아보고, 풍성함을 나누는 것도 추석 명절만의 고유 풍습이다. 물론 올 추석은 시기적으로 이르면서 과일이 제대로 여물지 못했고 태풍까지 겹쳤지만 그래도 풍성한 한가위다. 추석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많은 음식을 장만하여 잘 먹으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그래서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한가위는 결실의 계절에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성묘하는 민족의 명절이다. 햅쌀로 빚은 송편과 햇과일로 음식들을 장만, 추수를 감사하는 차례를 지내고 맛있는 음식을 이웃과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사람들은 풍성함의 모습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소외와 어려움에 대해서는 자칫 무관심할 수 있다. 그러기에 한가위의 풍성함과 기쁨의 이면에는 누구 하나 보아주는 이 없이 쓸쓸하게 한가위를 보내는 소외이웃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 주변에는 소외가정에서 외로움을 겪는 어린이들과 추석이 지난 후에 다가올 추위 걱정부터 해야 하는 홀로 사는 어르신과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따뜻한 정과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많다.

노납이 이번 추석은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명절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이 같은 연유에서이다. 우리 조상들은 지금보다 궁핍하게 살면서도 명절이 되면 이웃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담 너머로 음식을 나누며 멀리 있는 친척보다 나은 이웃 간의 정을 쌓았다. 나눔으로서 서로를 챙기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의 정신이 살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나눔의 정은 점점 사라져가고 자신의 가족과 나만 아는 이기주의가 판을 치면서 우리 사회는 인정이 메마르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필요한 것이 부처님의 자비 정신이다. 자비는 권유나 강조가 아니라 조건 없는 나눔이다. 부처님께서 팔정도를 정하시면서 보시를 으뜸으로 하신 것도 그 때문이다. 보시란 물질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하기 때문에 고해(苦海)에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중생들의 빈 가슴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사랑을 나누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한가위에는 소외된 이웃과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진정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그래서 정이 넘치는 추석명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외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한가위의 보름달처럼 밝힌다면 추석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가위의 풍성함으로 나눔의 정을 통해 모두가 행복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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