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어머니의 마지막 소원 새벽 두시 반, 남편과 아들과 딸 우리 네식구는 마치 피난민처럼 이미 챙겨둔 각자의 보따리를 다시 점검하고 집을 나선다. 시댁이 전남 신안에 흩어져있는 아주 작은 낙도기 때문에 하루 한번 오가는 배를 타려면 새벽에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목포에서 오후 한 시에 있는 배를 타고 2시간 동안 바다 위로 달려가서 장산에 내려서 작은 배로 갈아타서 30분쯤 더 가면 비로소 ‘지섬’이라는 아주 작은 섬에 있는 시댁에 도착하게 된다.
배 시간 맞추느라 새벽에 출발한 이후 식사를 제대로 못한 우리는 시댁에 닿자마자 밥을 달라고, 밥부터 먹자고 또 한번 난리가 난다. 팔순을 넘긴지 벌써 두 해가 지난 어머니는 당연히 행동이 굼뜨다. 물론 행동이 굼뜨지 않아도 밥은 내가 챙겨야 하지만. 일년만에 온 시댁의 부엌은 언제나 낯설다. 게다가 개나 고양이 때문에 무엇이든지 꽁꽁 숨겨두어 찌개를 끓이려 해도 된장은? 소금은? 양념은? 어머니와 나는 급하게 묻고 대답하느라 나중에는 둘이서 싸우듯 한다.
동화같은 섬마을이라도 동화같은 일만 일어나는 건 절대 아니다. 올해처럼 추석이 일찍 든 해는 모기가 가장 우리를 괴롭힌다. 어떻게 된 모기가 걸어가는데 따라오며 문다. 앞을 쫓으면 뒤를 물고 뒤를 쫓으면 앞을 문다. 머리카락 속으로도 침투해서 머리에 혹을 낸다. 물리면 너무 오래오래 모질게 가렵다. 세상에서 모기가 가장 싫다는 말로 이구동성 짜증을 낸다. 그러게, 모기란 건 아무짝에도 쓸데도 없는데 왜 함께 살아야 하지?
“어머닌 왜 진작에 대처로 떠나지 못하고 여태 이러고 기세요?” 한숨 자다 일어나 어머니 다리를 주물럭거리다 내가 물었다. “긍게 말이다, 자슥들거정 일키 고생고생하게 하믄서 이거이 머은 짓인줄 몰겄다잉” 그 방면에 아는 것이야 나도 없어서 다리를 주물던 손을 어깨쪽으로 옮겨 한참을 주물주물했다. “한번도 대처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왜 안 했겄냐? 나간다 나간다 함시로 어느새 본께 일키 늙어부렀더라이”
그랬을 것이다. 적지않은 육남매를 남기고 일찌기 시아버지는 어머니 곁을 떠났다. 섬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백 번 한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더라고 다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기회가 오면 돈이 없고 돈이 생기면 급히 쓸일이 줄섰고. 참 세월하고는! 새근새근 가볍게 코까지 골며 주무시나 했다. “거시기 몇 해 전만 해도 목포짬에다 짝은 집 한 채만 샀으모 싶더라잉. 근데 그것도 인자 다 소용없으야, 일키 움직이들 못항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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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일 부러운것이 남들이 누리고 있는 부모님정입니다. 그리고 아직 효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살아 있으니 말입니다. 옛날 살아계신 부모님생각을 하며 고향생각도 하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