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때린 놈과 맞은 놈
도민칼럼-때린 놈과 맞은 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18 16:22
  • 14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병선/시조 시인·작가
강병선/시조 시인·작가-때린 놈과 맞은 놈

내가 처음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때는 고향시골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살던 20대 초반이다. 그때만 해도 교회에 나가려면 가족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이웃이나 동네사람들의 이목도 자유롭지 못 했다.

마을에 후배여자애들을 데리고 교회에 갔다가 돌아올 때는 동구 밖에 모여 있는 친구들에게 뭇매를 맞곤 했었다. 평소에 잘 어울려 주던 친구가 교회에 가게된 것도 못마땅했는데 여자애들까지 데리고 다닌다는 이유에서다. 어느 날은 나보다 몸집이 크며 힘이 센 친구에게 가슴에 발길질을 당했다. 교회를 다니려면 혼자만 다니라는 것이었다. 그 후유증은 반세기가 가까이 되어가지만 계속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아려오고 구름이라도 낀 날은 더 욱신거린다. 맞았던 자리가 골병이 들지 않고 곧바로 치유되었더라면 그때 일은 기억 속에서 지워졌을 것이다. 친구에게 원망도 없었을 것이고 좋지 않았던 감정도 사라졌을 것이다.

내 가슴을 걷어찬 친구는 유일하게 고향마을에 남아있어 고향방문 때나 해년마다 개최되는 초등학교 동문회 때면 만난다. 그 때 앙금이 남아 있는 줄도 모르고 반갑게 나를 맞아주고 소주잔을 주고받지만 좀처럼 그 때 닫힌 맘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가슴팍을 얻어맞았던 것을 사과를 받았더라면 감정이 반감되었을 것이다. 그때는 무지(無智)와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끙끙 앓기만 했으니, 지금까지 후유증을 앓고 있다. 곧바로 치료를 하지 않고 참고 지냈으니 통증 때문에 이 나이가 되도록 그날 밤 사건은 나의 뇌리 속에서 친구를 원망하는 맘과 함께 선명하게 재생되고 있다.

우리 속담에 ‘때린 놈은 두발을 오그리고 자고 맞은 놈은 두발 펴고 잔다.’ 는 말이 있다. 이는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날마다 피해자에게 약을 발라주고 보상을 해줄 돈을 마련하여야 하고 맞은 놈이 관가에 고발해 포졸이 잡으러 올까 싶어 걱정되어 잠도 편케 자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두 발을 펴지 못하고 오그리고 잠을 자는 때린 놈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는 놈이다.

얼마 전에 지인이 술에 취해 무단횡단을 하다가 지나가는 승용차에 치여 갈빗대 2개와 팔이 골절되는 상처를 입었다. 운전자는 친구를 두 명 태운 무면허 고등학생이었다. 거기에다 음주까지 했으니 보험처리도 되지 않았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며 사과를 했다. 그리고 학생의 아버지는 아침저녁으로 병원에를 찾아 왔다.

이에 감동한 지인은 그 학생을 선처를 부탁했고 병실을 1인 실에서 6인 실로 옮기고 보름정도 치료를 받고 퇴원을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얘기인가.

필자는 4‧50년 전에 가슴팍을 친구에게 얻어맞은 통증으로 그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과 무면허 사고를 낸 고등학생의 아버지의 얘기를 빗대어 이번에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를 한 일본을 성토하려 한다.

그들은 임진왜란과 강점으로 우리나라를 식민지화 시켰던 지난날을 뉘우치기는커녕 따뜻한 위로와 사과 한마디 없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식민통치를 당하면서 그들이 일으킨 전쟁터에 학도병으로 징병징용으로 위안부로 끌려가 수많은 목숨을 잃었으며 그때 받은 상처는 너무 깊어 그 후유증은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다.

일본은 때린 놈에 속하지 않은가? 자네들이 진정으로 사죄하는 양심을 보였다면 지난날의 앙금은 사라졌을 것이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깊은 상처에 약을 사다 발라주지는 못할망정 예리한 송곳으로 찔러대는 처사를 보이지 않아야 마땅하다.

때린 놈은 75년이 지나도록 사과한마디 없으므로 강제징용피해자들이 후유증에 아프다고 약이라도 발라달라고 의뢰하자, 사법부에서 손을 들어 줬다. 그러자 때린 놈은 한술 더 떠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를 하고 경제보복에 들어갔다. 때린 놈은 정말, 일말에 양심도 없다. 오히려 방귀를 뀐 놈이 화를 내고 있는 격이니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강병선 2019-09-19 09:43:37
경남도민신문과 독자님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김영우국장님과 박주관기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에 저가 올린글은 때린 놈과 맞은 놈이란 제목으로 올렸습니다.
밑에서 두 번째 문단 첫째줄에 필자가 잘못 쓴 글자가 있기에 바로 잡습니다. 자네들이 진정으로를 '저네들이 진정으로' 바로 잡습니다.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