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아침을 열며-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19 09:2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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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국학강사

김진환/국학강사-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순간의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며 살다가도 문득 뒤돌아보면 불안하고 초조하지는 않는가. 세상사에 초연한 듯 맑고 고요하게 살다가도 문득 뒤돌아보면 권태롭고 허망하지는 않는가. 왜 이러한 질문이 우리들 가슴에서 일어나는가. 일어날 때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움직이는가.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담긴 가슴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세상 재물을 다 가지고 있고 부족할 게 없이 산다지만 가슴 한편에서 일어나는 공허감은 왜 이리 크게 출렁이는가. 그래서 무와 공의 의미를 알 필요가 있다.

무는 무엇이며 공은 무엇인가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또 무슨 말인가 존재의 근원을 알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망원경으로 하늘 저 편을 보고 있고 현미경으로 작디작은 입자를 보기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아무리 자세히 보아도 존재의 근원을 알 수가 없다 그러한 방식으로는 단지 보이는 것 중에 가장 작은 것까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0의 세계는 무나 공의 세계로 표현할 수가 있다 비유하자면 무나 공이나 0이 물이라면 정보는 그 물위에 생겨난 물결이나 무늬라고 할 수 있지만 물과 물결을 어떻게 나누겠는가. 그래서 정보의 세계는 그냥 0의 세계라고 하는 것이다. 존재의 근원이라고 당장 말할 수 있는 이 무,공, 0.적멸의 자리 등의 세계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0의 세계의 움직임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섬세한 레이더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다 바로 당신의 마음이다 그러니 정말로 존재의 근원을 알고자 한다면 먼저 당신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라 그러고 나서 망원경을 보고 현미경을 보라 당신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참으로 많은 물건들이 보일 것이다.

지금 내 주위에는 책도 있고 전화기도 있고 화초도 있다 당신 역시 아마 주위에 여러 가지 물건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라 아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물건들을 바라보라 당신을 그것들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그 존재하는 모든 것의 뒤에 무엇이 있는가. 당신이 보고 있는 모든 것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 당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의 배경화면은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무이고 공이다. 모든 있음은 그것의 없음을 배경으로 하여 스스로를 드러낸다.

모든 존재는 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무의 세계 0의 세계는 우리가 우주선을 타고 우주 끝까지 가야만 만질 수 있는 존재계의 가장자리가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 뒤에, 존재하는 모든 것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함께 있다 그래서 무는 그저 무가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이 드러나게 하는 원천이요 배경인 것이다. 무가 바다이고 정보가 그 바다에 생기는 물결이요 무늬라면 도대체 그 허공의 바다 위를 부는 바람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 무늬를 만드는 것일까 국학에서는 그것을 생명전자라고 부른다.

마치 전자가 디스크 위를 움직이며 정보가 기록되도록 하는 것처럼 생명전자는 무, 공의 세계를 움직이며 온갖 무늬를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정보를 생산한다. 그 정보가 당신에게 포착되었을 때 당신은 그것을 상상이라 하고 아이디어라고 하고 때로는 그저 느낌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삼원이라는 존재의 세 가지 근본을 본다. 첫째는 모든 존재의 배경이요 원천으로써 무, 공이 있고 둘째는 무, 공위를 움직이며 온갖 무늬를 그려내는 생명전자가 있고 셋째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정보를 출력하기 위한 질료가 있다 생명전자가 허공의 바다 위를 움직이며 온갖 무늬를 만들고 그 무늬가 질료를 통해 출력될 때 우리는 그 출력된 것을 가리켜 세계 혹은 우주라고 부른다. 이 세 가지가 어울려 온갖 형상과 조화를 빚어낸다. 이 세 가지를 부르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 성명정이라고도 하고 이기상이라고도 하고 심기신이라고도 부르고 영혼백 천지인으로도 부른다.

시간의 개념을 벗어나서 이루어진 일이지만 굳이 순서를 말하자면 제일 먼저 하늘이라 불리는 허공이 있고 그 반대편에 땅이라고 불리는 질료가 있고 그 사이에 사람이라 표현되는 생명전자가 움직이며 온갖 정보를 만들어 내고 그 정보가 질료를 통해 형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 질료는 때가 되면 다른 정보를 통해 사라지고 달라지고 변화한다. 그래서 시작도 끝도 없다. 우리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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