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찾다(8)-지리산별마루 정민효·김윤숙 대표
강소농 현장을 찾다(8)-지리산별마루 정민효·김윤숙 대표
  • 황원식기자
  • 승인 2019.09.22 17:14
  • 16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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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농부입니다”
지리산별마루 대표 정민효·김윤숙 부부가 우엉 가공품을 보이고 있다.
지리산별마루 대표 정민효·김윤숙 부부가 우엉 가공품을 보이고 있다.

만화가 문하생·공무원 하던 중 귀농 4년차

온-오프라인 마케팅 통해 직접 판로 개척해
캘리그라피·서각 등 재능 홍보 활용하기도
모든 농산물 95% 완판…가공품 생산량 늘어


경남 산청에서 마·우엉 등 농사를 하고 있는 정민효(53)·김윤숙(46) 씨 부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작물 재배 등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강소농이다. 작물 재배·생산 업무는 남편이, 마케팅·판매 등은 아내가 담당해 철저히 분업해서 일을 하고 있다. 자율모임체 결성, 적극적인 홍보를 통한 직거래를 통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농업과는 관계없는 길을 걷다가 우연한 기회에 선친의 마, 우엉 농사를 이어받아 진주로 귀농하게 된 부부입니다.

-진주에서 농사를 시작하신 것 같은데 산청으로 오신 이유가 있나요
▲마, 우엉 농사라는 것이 사질양토에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친의 땅이 아닌 산청 단성에서 우연찮게 농사를 짓게 되었고, 진주에서 농장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남편의 의견에 따라 3년 전 산청으로 정착했습니다. 진주에서 중학교생활을 하던 아이들이 시골로 가기 싫다고 하였지만 끝내 감언이설로 아이들도 설득했습니다.

-하루 일상은 어떤가요
▲두 사람 다 농업에만 매달릴 수도 없고, 둘 다 판매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기에 지리산별마루의 업무는 철저하게 남편과 제가 분리돼 있습니다.

남편은 농장의 일선에서 작물들을 재배, 생산하는 일을 하고 저는 생산된 농산물로 건강한 제품생산과 마케팅, 판매, 회계처리 등을 담당하고 있어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힘든 하루 일과가 끝나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으로 서각, 캘리그라피, 수채화, 사진공부 등꿈을 향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는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에 앉아 오늘 배송 나갈 주문들 배송요청(남편)하고, 쇼핑몰관리, SNS 글등록, 회계처리, 교육자료 작성 등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강소농 교육과 다른 여러 교육들을 받기도 하고 농장의 미래를 위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도 한답니다.

김윤숙 대표가 생산한 도라지를 들고 있다.
김윤숙 대표가 생산한 도라지를 들고 있다.

-농업을 시작하기 전 어떤 일을 하셨나요
▲남편은 어릴 때부터 꿈꾸어 오던 만화가가 되기 위해 서울에서 10년간 만화가 문하생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평생을 마와 우엉 농사를 짓던 선친께서 지병으로 영농활동이 힘들어져 귀향해 선친일을 돕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고등학교를 인문계가 아니라 상업계로 진학하면서 그 길은 어긋났습니다. 졸업을 하면서 중소기업에 8개월 정도 근무를 하다가 그만뒀습니다. 20살에 기상청에 입사해 공무원으로 25년을 한길만 걸어오다가 남편 일을 돕기 위하여 지난해에 명예퇴직을 하고 농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농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남편은 선친 일을 도와 드리던 중 무작정 흙이 좋았고, 바람, 물, 날씨 등 농작물이 자라는 과정과 자연의 섭리의 매력에 푹 빠져 그렇게 좋아하던 만화가 생활을 잠시 접고 진주시 금곡면으로 귀농하여 마, 우엉농사를 짓게 되었습니다.

저는 공무원이었지만 주말엔 농사를 업으로 하는 남편을 따라 농장에 나가 마, 우엉도 심고, 도라지도 심고, 김매기도 하는 일명 투잡, 쓰리잡을 하는 한가정의 주부로 두 아이의 엄마였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이 힘들게 피땀흘려 생산한 귀한 농산물이 버려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생산 농산물을 계통출하하면 몸은 수월합니다. 그러나 남편이 힘들게 농사 지은 마, 우엉 등 농작물을 청과시장에서 경매를 보거나 경동시장으로 위탁 판매를 보내면 제대로 된 가격도 못 받고 중간도매상과 운송업자들 좋은 일만 시키는 현 실정이 안타까워 고객과 직거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지만 남편의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그러나 직장 생활중에 하나씩 하나씩 귀농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SNS를 배우기 시작했고, 크리스토퍼리더십 강사과정, 모바일 지도사 민간자격까지 취득하며 농사만으로 살 수 없는 환경에 대비래 이것저것 틈나는 대로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내니 남편이 손을 들었고 농사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강소농 교육은 언제부터 참여하게 되었으며 참여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강소농 교육은 4년 전 거주지를 진주에서 산청으로 옮기면서 우연히 지인의 권유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작지만 강한농업이라는 문구에 매료되어 참여했으나 지금은 강소농에서 실시하는 E비즈니스 교육과 컨설팅 등을 통하여 작은 면적에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연구하며 좀 더 나은 농촌 생활을 위해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강소농 자율모임체 ‘지리산산청 꿈파는 농부들’을 인근 6농가와 결성을 하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홍보하고 소득을 올리기 위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강소농 교육을 받기 전, 받고 난 뒤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강소농 교육을 받기 전에는 농가의 경영을 기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했으나, 하나하나 배우면서 농가경영일지나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에 OFF-Line마케팅에서 벗어나 On-Line 마케팅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현재는 온라인 쇼핑몰(자체쇼핑몰, 네이버스마트스토어, 카카오톡스토어)과 온라인 채널(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채널 등)들을 구축해 고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농업활동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순간과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농사에 있어서 가장 보람된 것은 힘들여 지은 농산물이 귀하게 소비자에게 가는 것입니다. 이 말인 즉, 힘들게 노력한 만큼 수확량도 받쳐주고 제대로 된 가격을 받고 판매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노지 작물이었기에 작기도 길었고 그해 그해 날씨의 영향을 받았기에 그해 소득을 예측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늘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주고 믿어주는 남편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제 성격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보탬이 되지 않았나합니다.

2018년 직접 재배한 우엉과 약도라지로 우엉차와 도라지배즙, 도라지진액을 생산하려는데 첫걸음부터 벽에 부딪혔습니다. OEM계약과 유통전문판매업, 통신판매업, 세무신고, 법인설립 등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일들이 우리들을 향해 오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농장의 일선에서 일을 하고 나는 제품생산과 회계처리, 판매를 담당하게 업무를 분리했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멘토도 없이 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농사짓고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들을 하였습니다. 그러한 과정 중에 우리농산물과 제품들을 구매하고 드신 고객들이 “맛있다”, “너무 좋다”, “기침이 뚝 멎었다” 등등 한마디 남겨주시는 후기들, 소개해주시는 이웃님들이 너무나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정말 큰 재산을 얻은 듯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고되고 힘들지만 이런 기분으로 농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생산한 우엉을 손질하고 있다.
생산한 우엉을 손질하고 있다.

-사업체를 성장·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아무리 호화찬란하고 좋아도 팔리지 않는 것은 버려지게 됩니다. 혼자 진행하기에 버거워 이리저리 방법을 찾던 중 1004재능 기부단의 꿀짱 김용근 교수님을 알게 되었고 ‘산청밤을 잊은 농부들’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밤을 잊은 농부들은 낮에는 밭에서 농작물 관리 등 농사를 짓고, 밤에는 졸린 눈을 비비며 농산물 판매를 위하여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SNS마케팅을 공부하는 자율 학습단체입니다.

서로 가르쳐 주기도하고 친목도 도모하며 그렇게 블로그부터, 페이스북, 인스타, 카페, 밴드까지 하나하나 이루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둘 모두 교육에 매달려 학습을 하였으나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분리가 되어 온라인 마케팅이나 회계관리, 법인관련 업무는 내가 전담하였고, 남편은 농사를 지으며 본인이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하나씩 준비를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캘리그라피를 시작으로 수채화, 서각을 시작하게 되었고 끊임없이 사진을 공부함으로써 지리산별마루의 어지간한 제품 사진은 남편이 직접 찍게 되었고 이웃농가의 사진도 찍어주고 글씨도 새겨 줄 수 있을 만큼 되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지리산별마루 별도라지시리즈에 있는 도라지부터 이웃농가의 제품에 농작물 그림을 입히는 작업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지리산별마루의 모든 농산물은 직거래 95%이상 완판하게 되었고, 가공상품들로 생산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산청군에서 생소하던 지리산별마루는 조금씩 인지도를 더해 갔고, 각종분야에서 성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학습과 노력으로 2019년 경남 정보화 경진대회 SNS활용 농산물마케팅활성화 경진부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고, 2019년 귀농귀촌청년박람회에서 Agro-Ted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이 외에도 이야기가 있는 농식품공모전우수상, 시니어기술창업비즈니스모델 창업경진대회 우수상, 제2회 전국브랜드 지식농업경진대회 마케팅아이디어부문 우수상, 2018 밤을잊은농부들 SNS마케팅 4기과정 스터디리더상을 수상하는 등 지난 2년동안 지역사회 농업인들과 함께한 일들이 판매성과 다른 부분까지 성과를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이면에는 묵묵히 농사를 지으며 외조해주는 남편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였습니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산청군 약초재배기술교육, 과학기술대학교 중장년기술창업센터 창업보육과정, 한국벤처농업대학, 농식품공무원교육원(여성농업인CEO), 경상대학교(여성농업인CEO), 순천대학교(임업후계자과정)등에서 지속적으로 발전을 위하여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산청군강소농연합회, 경남 특용작물연구회, 산청군약초연구회, 생활개선회, 한국여성농업인협회, 중년여성농업인 CEO연합회에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본인만의 영농기술이나 경영방식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마재배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자료의 부족성을 파악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찾은 돌파구는 경북농업기술원 안동생물자원연구소에서 7년 전 현재 지리산별마루의 정신적인 멘토이신 권중배 박사님을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희망을 찾기 시작하였고 새로운 작물들에 대한 눈을 뜨며, 재배에 도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만난 것이 안동약도라지, 큰둥근마, 열매마, 오크라였고 이후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진주에서 안동을 오가며 재배기술교육과 권중배의 참깨와 마사랑이야기 카페를 통해 농업인들과 정보도 공유하고 새로운 작물(마카, 히카마, 검정땅콩, 수지깨, 오크라 등)실험재배도 해보고 하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작물들을 학습하고 재배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작물로 큰둥근마, 자색마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리산별마루는 우리나라 시판되는 마 중에서 6가지의 마를 재배하고 있답니다.

저희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농부입니다. 발효유황농법을 학습하고, 미생물 자가배양 방법도 학습하는 등 보다 더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해 조금의 노력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재배방법 개선을 위하여 지난 2017년부터 별마루 마당에 마, 도라지, 하수오 등을 화분에 시험재배하여 성공적인 작물은 본밭에 재배해 보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작물이 지리산약도라지입니다. 화분재배 2년을 거친 후 본밭에 화분재배 300평 약 4000여개의 화분에 도라지를 재배하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농작물 생산방법 전환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려 합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근래에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나요
▲우리는 인생 3막을 다시 농부로 시작하였습니다. 이제는 도망칠 수도 없고 현실에 직면해야 합니다. 팔기 위해서는 생산을 해야 하고 생산을 하면 제품도 만들어야 합니다.

마, 우엉, 약도라지가 주 작물인 지리산별마루 농산물 생산은 늘 바쁘게 뛰어다니는 나를 대신하여 묵묵히 옆에서 지켜주는 남편이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못다이룬 꿈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려 합니다. 남편은 자기이름으로 된 만화책 한권을 내는 것이 꿈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농부작가로 남아 전망 좋은 지리산자락아래에서 농사지으며 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농산물 제품에 옷을 입히는 작업을 하며 갤러리를 만드는 것이 꿈이랍니다.

내가 가진 작은 콩 한쪽도 나누는 것이 우리 선조들의 미덕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미미하지만 우리가 가진 작은 것부터 나누려고 합니다. 남편은 이웃농가의 사진과 그림을 그려 주는 재능을 나누고, 지역사회에 봉사하고자 하며, 나는 내 농장의 농산물을 생산, 가공하고, 유통, 판매하는 농업회사법인 지리산별마루CEO가 되기 위해, 역량을 키우고 배운 것들을 지역민들과 함께 나누려합니다.

농산물 생산에서부터 가공, 디자인, 판매, 마케팅까지 우리 가족들이 모두 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합니다. 훗날 그런 날이 오기를 꿈꾸어봅니다. 황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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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숙 2019-09-24 16:42:05
기사 잘표현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