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태풍이 남긴 뒤끝에서
진주성-태풍이 남긴 뒤끝에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24 11: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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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태풍이 남긴 뒤끝에서


지난 23일 자정을 고비로 태풍 ‘타파’는 제주도를 거쳐 남해안과 영남지방을 활키고 지나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침수가 되고 무너지고 부서저서 풍수해를 동시에 입는다. 따르는 고난은 피해와 손실을 감수해야하는 시련이고 최대한의 원상회복을 위한 복구다. 선후완급을 가려 복구를 하느라 모두가 공동체의식을 발휘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천재를 극복해 왔다. 군관민의 합심이었다. 자원봉사자의 눈물겨운 사투도 얼마든지 있었다. 이것이 국력이다. 사회공동체의 최소단위가 이웃이다. 그들이 나의 이웃이고 내가 그들의 이웃이다. 이웃이 예기치 않은 재난을 당했을 때 작은 보탬의 손길은 이웃 간의 도리이다.

천재든 인재든 재난은 남의 일만은 아니다. 피해는 순간이라도 복구와 회복은 고통과 고난이다. 이번 ‘타파’로 인한 피해복구가 웬만큼 끝났어도 농어촌은 자질구레한 뒷정리가 절실한데 일손이 없어 절박하다. 손을 맞잡아 야할 일이 너무 많다. 기술을 가진 재능봉사도 절실하고 재능이 없어도 맞잡아 줄 손길도 간절하다. 잠깐만 밀어주거나 당겨만 줘도 될 일이 있다. 시골노인들은 비 가림의 비닐이나 천막도 다시 덧씌우기가 버겁고 떨어져나간 문짝 하나도 붙여달기가 힘겹다. 피해의 경중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체감도 중요하다. 중장비야 산사태도 별게 아니지만 노인들은 물고를 막은 토사 한줌도 버겁다.

세상사의 모든 것이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일을 모르는 사람은 일감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일머리를 몰라서 여기저기서 쭈뼛거리거나 머뭇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선 듯 나서지를 못한다. 살아온 생활환경의 탓이지 타박을 할 일이 아니고 함께하면 이내 손 맞잡이가 된다. 일손을 맞잡으면 결과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합심이라는 과정이 화합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안겨준다. 혼자 나서기가 어색하면 누구라도 좋다. 산행의 동반자도 좋고 이웃이라도 좋다. 가을맞이의 시골길을 걷는다는 기분으로 인접한 시골마을로 나서 볼 때다. 가는 곳 마다 손쓸 일들이 눈에 보일 게다. 길바닥에 나뒹구는 삭정이도 있고 쓸려 내려온 돌멩이도 있다. 심산절집 들머리에 이끼긴 돌탑은 소원을 비는 발원의 탑이 아니다. 내가 아닌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의 탑이다. 다음 사람의 발길에 걸림돌이 될까봐 오가면서 돌멩이 하나씩을 주워 올려 쌓여졌지만 천년세월을 오롯이 간직한 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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