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심하다
아침을 열며-심하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24 11: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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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심하다


요즘 ‘심하다’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며칠 전 남해안을 강타한 태풍을 보면서도 심하다는 말이 입속에 가득 찼다. 경기도에 사는 나는 하필 그날 경남 진해에 있었다. 추석 당일에는 시댁을 방문하고 그 바로 다음 주말엔 친정 어머니를 보러 진해로 가는 게 나의 연례 행사다. 어머니도 보고 가장 친한 친구도 보는 것이니 진해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처음엔 태풍이 불어도 우리는 창밖을 보며 놀라기는 했지만 웃고 떠들기를 계속했다. 웬걸, 갑자기 몰아친 바람에 친구집 대문이 날아가는 걸 보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법 육중한 나무대문이 종이처럼 날았다.

과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충고나 훈육이야말로 과하거나 심해서는 안 된다. 친구 부부는 이번 명절을 단 둘이서만 보내야만 했다. 추석 한 달 전쯤, 친구 남편의 생일을 맞아 축하차 들린 아들들에게 지나친 훈육, 즉 잔소리를 해버린 것이다. 케이크를 사네, 갈비찜을 하네, 생선회를 준비하네 해서 거하게 준비한 생일파티는 해보지도 못하고 파토가 나버렸다. 친구 아들 둘과 그 가족들은 울며 되돌아갔다. 홀로 남겨진 내 친구는 그 남편과 대판 싸웠다. 기어이 추석에도 아들들은 부모님을 방문하지 않았고 우리 친구 부부는 쓸쓸한 추석을 맞았던 것.

역대 대통령 중에 누구는 육군소장으로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무려 18년간이나 군부독재를 했다. 명백히 심했다. 심한 것은 누구나 알아본다. 그가 심한 걸 그의 직속부하도 알았다. 그 직속부하는 술자리에서 총으로 그를 쏘았다. 그 뒤를 이어 또 다른 신군부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신군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광주라는 한 도시의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 총으로 쏘아 학살했다. 심하고, 심했다. 그렇게 심한 짓을 하고도 권력을 유지했고 갖은 폭행을 저질렀고 심지어 그 권력을 자신의 절친에게 물려주는 심한 짓을 자행했다. 우리는 심한 것을 당할 때 분노한다.

검찰이 너무 심하다. 신임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가 한 달을 넘었다. 당연히 언론에 법무장관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한 달이 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당사자에 대한 기사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주로 그의 딸과 그의 부인에 대한 기사다. 아 그리고 중간 중간 법무장관의 ‘오촌조카’에 대한 기사도 자주 보았다. 이 사람은 이름이 없는지 이름은 절대로 안 쓰고 오직 ‘조국 오촌조카’로 기사에 난다. 연좌제? 소름끼치도록 하기 싫은 상상이지만 마치 법무장관과 그 가족들이 죽을 때까지 몰아갈 검찰의 기세를 보는 한 달, 명백히 도를 넘었다. 심하다.

검찰이 가장 심한 건 압수수색이다. 진작부터 50건이 넘는 한 사람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서 국민들은 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압수수색에 투입된 검찰의 수만 해도 연인원 200명을 넘었다고 들었다. 진정 어마무시하다. 그러고도 언론의 기사는 법무장관 본인의 기사가 아닌 딸의 표창장, 부인의 투자, ‘오촌조카의 펀드’이건 꼭 ‘조국펀드’로 말하는 기사 일색이었다. 게다가 그나마 결국 ‘의혹’성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검찰의 심한 압수수색을 두고 항간에는 내란죄를 지은 사람을 수사하는 수준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꼭 이래야만 되는가 말이다. 너무 심하다.

검찰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길 간절히 바란다. 검찰의 눈에 심하게 의아해 하고, 심하게 이상해 하는 국민이 안 보이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지금 국민은 소문대로 대한민국 검찰은 뭐든 마음대로 해도 되는 가장 센 권력기관이 맞긴 맞구나, 하면서 거의 공포에 떨고 있다. 권력기관 중 특히 검찰은 큰일이든 적은 일이든 그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국민을 설득해내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명분이고 나발이고 거슬리는 어떤 한 사람을 잡는 데에 급급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심하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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