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에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칼럼-인생에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24 10:5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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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인생에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체의 삼라만상이 유심소현(唯心所現)이라, 이 세상은 마음이 보고 만들어내는 생각대로 나타나온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아서 내 마음이 나의 주인이고, 세상을 다스리는 주관자기에 심왕(心王)이며, 만물을 생장시키는 바탕이므로 심지(心地)인 것이다.
주변에 올바른 정신과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예의 바른 사람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부정적, 소극적이며 버릇없는 사람은 한 두 명도 거느리기가 매우 힘 든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므로 자신에 맞는 확실한 길을 정해 놓고 그 길을 직접 가야한다. 탁상공론으로는 결과를 얻을 수가 없다. 수행자가 가는 길은 도(道)의 ‘길’이다. 수행자는 어떤 목적지를 정해놓고 간 것이 아니라, 그냥 가는 그 길이 도(道)의 길이다.

괴롭고 피눈물 나는 순간과 욕구불만의 순간들이 연속적으로 닥쳐올 것도 미리 알고, 희비의 순간들이 교체되며 닥칠 것들을 뻔히 알면서도 그냥 가는 길이모두 도(道)의 길이다.

백운스님께서 겨울에 참선을 하던 중 졸음이 와서 밖을 나왔는데, 눈 속에 파묻혀 동사직전의 거지를 발견하고, 자신의 옷을 벗어 따뜻하게 덮어주었다. 그런데, 거지는 고마운 표정도 없이 자신은 당연히 받을 것을 받았고, 스님은 당연히 줄 것을 준 것 같은 표정이었다.

스님은 거지에게 동사직전에 도움을 받았으면 고맙다는 인사는 할 줄 알라고 말하자, 거지 왈(曰), 고마워해야할 사람은 스님이시죠. 동사직전의 거지를 구해준 그 공덕으로 스님께서는 얼마나 많은 복을 쌓겠습니까? 이런 기회를 제공한 사람은 바로 제가 아닙니까?

이 말을 듣는 순간, 스님은 베풀고 나서 상을 내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는 누가 듣기 거북하고 참기 힘든 말을 해와도 조용한 침묵으로 귀 기우릴 줄 알아야하고,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도 모두가 스승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어느 노스님이 시자에게 “내일 길을 떠날 테니 깨끗한 옷 한 벌과 지팡이 하나를 준비하라”하셨다. 다음날 시자가 준비한 옷과 신발로 행장을 꾸리고 문밖을 나서서 지팡이를 짚고 걷는 자세로 입적하셨다. 노스님은 신심(信心)으로 무아(無我)를 인식하고, 원심(願心)과 행심(行心)을 겸비한 도(道)인의 길을 말없이 떠난 것이다. 공부한 사람은 일시적 성공에 방심하지마라. 가는 길이 어려울수록 기회라고 생각하고 망설임 없이 무섭게 앞으로 돌진하라.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법안(法眼), 무아연기(無我緣起)를 깨달은 혜안(慧眼), 중생의 미래를 꿰뚫는 천안(天眼), 중생들의 고통에 공명하는 ‘비심(悲心)’과 그들을 구제하려는 ‘자심(慈心)’이 자비로 이어지면 불안(佛眼)이 된다. 가는 길이 험하더라도 결코 물러서지 마라.

인생에 꽃길만 있는 건 아니다. 운동선수는 운동으로 피로를 풀어야하고, 교수는 독서나 연구의 성취로 피로를 풀어야한다. 정치지도자들은 무지개 빚 몽상에 휘둘리지 말고,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꿰뚫어보며 국민들을 한 정신으로 묶고 통합시키는 길로 나아가보라.

매일 정쟁만 계속하고 있는 정치권을 보고 있는 국민들은 지긋지긋하고 환멸난다.

헌 연장도 쓰일 때가 있고, 부족한 정권이라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게 국민들의 입장이며, 어렵고 복잡해도 준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국법이다. 나만 옳다는 고집을 버려라.

마음을 잘 다스려서 기발한 발상과 당당하고 대담한 처세술로서 협동사회로 이끌어 나아갈 길을 모색하라. 내 마음이 나의 주인이다. 순한 마음을 생성시켜서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모두를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아들이도록 하라. 우리는 모두 내면교사를 갖고 있어서 서로 마음만 잘 다스리면 국민 모두가 환하고 넓은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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