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백년기업(百年企業)
강남훈 칼럼-백년기업(百年企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9.26 17:4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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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백년기업(百年企業)


유럽이나 일본 등을 여행하다보면 ‘장수기업(Long-lived company)’에 대한 얘기를 종종 듣는다. ‘이 기업은 오랫동안 뿌리를 내려온 지역의 대표기업이다’, ‘이 가게는 몇 대에 걸쳐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등등. 이들 지역은 근대적 기업의 역사가 긴 곳이다 보니 장수기업의 수가 많다. 여기다 선대(先代)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업(家業)을 이어 받는 것을 큰 자랑거리로 여기고 이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또한 대단한 것도 장수기업이 많은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장수기업은 국가의 경제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초석이 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장수기업은 통상 100년 이상의 업력(業歷)을 의미한다. 올해 초 발간된 ‘백년기업 성장의 비밀’ (문승렬 장제훈 저, 모아북스)이란 책을 보면, 창업 200년 이상의 장수기업만 해도 전 세계 50여 개 국에 7000여 개나 되며, 일본이 3000여 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독일(1500여 개), 프랑스(300여 개), 영국(300여 개), 네덜란드(200여 개) 등의 순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100년 이상 된 기업이 2만2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근대적 기업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9개 정도다. 두산, 동화약품, 신한은행, 우리은행, 몽고식품, 광장, 보진재, 성창기업지주, KR모터스 등이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 58만여 개중 50년 이상 된 기업은 0.2%,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은 2%에 불과하다. 10년 미만의 기업이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의 평균 수명이 짧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맥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국내 기업의 평균 수명은 15년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1935년 기업의 평균 수명은 90년이었다. 이 수명이 1975년 30년, 2015년 15년으로 감소되었다.

경남의 경우 장수기업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2014년)에 의하면 경남도내 30년 이상 된 기업의 수는 70여개이다. 몽고간장이 113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고, 무학, 넥센타이어 등이 70년 이상 된 기업이다. 60년 이상 된 기업은 대림비앤코 등이다. 물론 기업의 역사가 오래됐다고 해서 반드시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장수기업으로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오래 살아남는 것을 넘어 다른 기업들이 오래도록 부러워하는 탁월한 성과와 사회적 신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경남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인 무학이 10월1일로 창립 90주년을 맞는다. 1929년 소주와 청주를 생산하던 ‘소화주류공업사’로 출발한 무학은 1965년 현 최재호 회장의 부친인 최위승 명예회장이 인수한 뒤 ‘무학양조장’으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오늘날 ‘무학’이라는 이름을 지역에 각인시켰다. 1988년 실무경영에 참여한 최 회장은 1994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경영일선에서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경남 향토기업이라는 ‘지역성’을 변하지 않는 가치로 설정했다.

‘소주=25도’라는 고정관념을 깬 23도의 ‘화이트’ 출시, 16.9도 초저도 소주 ‘좋은데이’ 출시, 올해 새롭게 선보인 ‘딱 좋은데이’ 등 소주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 ‘좋은데이 나눔재단’을 통해 장학, 문화예술, 사회복지 등 지역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사업도 했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것은 ‘희망장학생’ 사업이다. 지역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경남도내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학생 25명을 선발해 1인당 매월 50만원씩, 대학졸업 때까지 10년간 지원하는 장학 사업은 국내에서도 유일한 장학제도로 올해부터 대학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무학이 90년의 세월 동안 경남의 향토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이 같은 ‘변화와 도전, 나눔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학이 100년을 뛰어넘어 지역과 함께 새로운 100년을 갈 수 있도록 반석위에 올려놓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큰 일이다”고 말해 ‘백년기업(百年企業)’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백년기업은 고객의 관심과 사랑,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실천, 노사 간 화합과 신뢰, 윤리경영과 고객만족경영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흔히 백년기업의 출현은 ‘지역사회의 축복이자 자랑’이라고 얘기한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무학의 100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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