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갑자기 찾아오는 불청객, 낯선 두경부암
건강칼럼-갑자기 찾아오는 불청객, 낯선 두경부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03 16:3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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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봉/경상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하인봉/경상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갑자기 찾아오는 불청객, 낯선 두경부암

한 50대 남성이 갑자기 목에 혹이 만져지고, 쉰 목소리가 나온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봤더니 의사는 두경부암이라고 한다. 두경부암? 도대체 두경부암은 무엇인가? 두경부란 해부학적으로 목과 가슴을 구분하는 쇄골 상부의 중추신경계와 척추, 뇌, 눈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말한다. 고로 두경부암이란 이 부위에 생긴 암을 총칭하는 말로 주로 구강암, 인두암 (비인두암, 구인두암, 하인두암), 후두암이 대표적이다. 국내 발생 빈도를 보면 두경부암 중에는 흡연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후두암이 1/3 정도로 가장 흔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위암, 폐암, 간암, 유방암 등에 비해서 두경부암은 국내 전체 암 발병률의 2% 정도로 발병률이 낮아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암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흡연 인구 감소에 따라 국내 두경부암 중 후두암, 구강암의 발병률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원인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구인두암의 발병률은 증가 추세에 있어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연관된 구인두암을 따로 구분하여 정의하고 있으며 치료반응 및 예후가 달라 치료 방법도 달리 적용하는 추세다.

두경부암은 워낙 다양한 부위에서 암이 발생하는 만큼 그 증상을 특정 짓기 어려우며 호발연령, 증상, 치료방법 그리고 예후도 발병 부위나 병기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일반적으로 두경부암은 고령의 나이에서 발병률이 높지만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에 의한 비인두암은 20-30대에 호발하며,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연관 인두암은 상대적으로 5-10세 어린 연령에 많아 단지 젊은 나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는 암이다. 특히 자신이 두경부암에 걸린 사실조차 모르는 환자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갑자기 목소리가 쉬거나 인후통이 있거나 코막힘 등 감기 증세와 비슷한 탓으로 환자들은 병원을 내원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뒤늦게 증상이 악화되어 내원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미 이때는 진행이 많이 되어 수술 및 단독 방사선치료와 같은 적극적인 국소 치료를 하기가 힘들며 완치 확률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얼굴과 목은 먹고 말하고 숨쉬는 기관이 몰려있으며 중요한 신경 및 혈관들이 많아 진행이 많이 된 경우 수술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후 얼굴형태의 변화 및 목소리의 상실은 환자에게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고통을 주게 된다. 그러나 방사선치료는 목소리를 잃게 하거나 외형적인 결함을 심각하게 유발하지는 않기 때문에 환자들은 비슷한 치료결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치료방법을 선택 해야 한다면 수술보다 방사선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초기 후두암은 성대의 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수술보다는 단독 방사선치료를 주로 시행하며 수술이 불가능한 3기 이상의 진행된 두경부암의 경우에는 동시 방사선항암 치료를 적용해 완치 목적으로 치료를 하게 된다. 특히 방사선치료 기술은 2000년대 이후 눈부시게 발전하였으며 미세조절 방사선치료(IMRT), 영상유도방사선치료 (IGRT) 가 국내 대다수의 병원에서 가능해지면서 정상조직의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종양에 대한 제어를 높이며 과거보다 더욱 정확하고 효과가 높은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첨단 방사선치료 시대에서도 완벽히 해결되지 않는 만성 부작용들이 있다. 침샘기능의 소실에 따른 구강건조증, 인두 수축 근육의 손상에 따른 연하 곤란, 그리고 림프관 폐색에 의한 경부 림프 부종 등이다. 이런 부작용들은 치료가 잘 되어 오래 생존하는 환자에게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이에 방사선치료 후에도 의사는 환자의 부작용 및 후유증을 관리하고 재발이나 전이를 확인하기 위한 정기적인 진료와 검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두경부암의 방사선치료는 치료 과정과 부작용 때문에 환자도 힘들지만 그런 환자를 지켜보는 의사입장에서도 힘들고 아직도 어렵고 복잡하며 최선의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기 위해서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두경부암의 완치를 위해 방사선치료 시 의사와 환자 둘 다 ‘no pain, no gain’이란 말을 다시 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런 힘든 치료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암이 그렇듯이 예방이 최선이고 두 번째가 조기진단이다. 두경부암은 초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은 80∼90%에 이르지만 진행된 뒤 발견되면 생존율은 50% 정도밖에 안 되므로 두경부암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개인의 인지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흡연과 음주를 하는 중년의 남성이 갑자기 목소리가 변하거나 구강 내 불편감이 지속되거나 목에 종괴가 만져진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가라고 크게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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