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나라다운 나라가 이런 것인가?
강남훈 칼럼-나라다운 나라가 이런 것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03 13:5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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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나라다운 나라가 이런 것인가?


공자(孔子)의 제자 자공(子貢)이 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공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라고 답했다. “첫째는 먹는 것, 즉 경제다(足食). 둘째는 자위력, 즉 군대다(足兵). 셋째는 백성들의 신뢰다(民信之)”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 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뺀다면 어떤 것을 먼저 빼야 합니까?” 공자는 군대를 먼저 빼라고 했다. 또 하나를 부득이 뺀다면 경제를 빼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옛날부터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죽어왔다. 그러나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조직의 존립은 불가능한 것이다” 국가에 대한 백성들의 신뢰, 리더에 대한 조직원들의 신뢰는 마지막까지 그 조직이 존립할 수 있는 기반임을 강조했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다면 존립기반이 없다)에 관한 얘기다.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본인과 가족의 숱한 의혹은 제쳐놓더라도 장관 후보시절 부인이 기소(起訴)됐고, 장관에 임명됐을 때는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두 가지 사안만으로도 그는 법을 가장 공정히 집행해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여겨진다. 후보시절 기자간담회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교묘한 화술(話術)로 자신의 의혹을 부인하고 변명했지만, 일부 지지 세력을 제외하고는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임명 안한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예상대로 그를 장관에 임명했다.

이런 조 장관이 지난달 26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자택 압수수색을 나온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발칵 뒤집혔다. 그는 “지난달 23일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검사와 통화한 적이 있느냐”는 야당의원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내가)지금 상태가 안 좋으니 차분히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압수수색에 대해 어떠한 방해를 하거나 지시를 한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장관이라는 신분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관’이라는 직위를 이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정권이 아니었다면, 장관직이 날아가도 몇 번은 날아갔을 정도로 엄중한 사안이다.

‘조국 지키기’에 위기감을 느낀 지지 세력들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앞에서 대규모 검찰개혁 촛불시위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가 200만 명이라고 뻥튀기를 할 정도였다. 시위에 참석한 여권인사는 “검찰이 조 장관 부인을 기소하면 촛불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조국 낙마가 아닌 윤석열 낙마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틀 후인 지난달 30일에는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불러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은 검찰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조 장관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고, 일종의 경고 메시지였다.

이제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개천절인 3일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비공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이 공개수사에 착수한지 37일 만이다. 특히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 등이 ‘조국파면’을 촉구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서울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외치는 촛불집회도 예고되어 있다. 조국사태가 일어 난지 두 달 가까이 대한민국은 극도의 혼란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네편 내편 등 극심한 편 가르기가 난무하고, 이 정부의 신뢰도 바닥권으로 추락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던 대통령의 취임사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 또한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나라다운 나라가 이런 것인가?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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