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노인의 날 유감(遺憾)
진주성-노인의 날 유감(遺憾)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06 16:5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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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노인의 날 유감(遺憾)

지난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노인의 날은 경로효친 사상을 앙양하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하지만 노인의 날을 맞은 어르신들은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언제부터인가 어르신의 권위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서 어르신 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혜와 지식은 밀려나고, 젊은이들로부터는 시대역행적이고 비과학적이며 불합리한 집단으로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틀딱’(틀니를 한 어르신을 비하하는 말)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이처럼 우리사회에서는 도시화와 개인주의화로 치닫는 '핵가족사회'에선 지난날과 같은 권위나 설득력의 설자리가 날로 좁아졌다. 누구나 언젠가는 어르신이 되지만 우리사회는 어르신들이 학대를 당하거나 무관심속에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 우리사회의 어르신들이 각종 질병과 빈곤속에 고독한 노년을 보내야 하는 처지인데 학대까지 심화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어르신 학대로 검거된 건수가 총 3332건으로 연평균 1333건, 전국에서 매일 3명 이상이 어르신을 학대해 검거됐다고 한다. 경남의 경우 2017년 23건에서 2018년 27건으로 늘어난데 이어 올 상반기까지만 19건이 송치되는 등 2년반 사이에 경남에서 69건이 어르신 학대로 검거됐다고 한다. 어르신 학대 가해자도 전체 3446명 중 93.5%인 3223명이 가족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금 어르신들은 배고픔을 참으며 궂은일과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덕분으로 오늘날 경제부국을 이루신 주역들이지만 마땅한 대우는 고사하고 소외된 채 살아가는 현실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서는 경로효친 정신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젊은이들은 어르신들의 희생은 잊어버리고 자신들이 노력해서 잘살게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물질이 풍요해지면서 핵가족 문화의 확산으로 어르신들을 등한시하는 것이 일상사가 됐다.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로 치닫는 핵가족사회에서는 어르신들은 귀찮은 존재가 되고 있다.

노납은 ‘노인’이라는 단어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다. ‘어르신’이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굳이 '늙은 사람'을 의미하는 노인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불편하다. 앞으로 정부와 지자체, 관련기관에서도 노인이라는 용어 대신 반드시 ‘어르신’이라고 호칭하기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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