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소리
진주성-소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07 16: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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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소리

좋은 음악을 듣고자 스피커와 앰프에 적지 않은 돈을 지불했다.

스피커는 어느 나라 제품이 좋고 몇 년도에 생산된 스피커 선이 훌륭하고 진공관과 앰프는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 하며 바꿈질에 적금을 깨고 쌈짓돈까지 털어 좋은 소리를 듣고자 시간이며 비용을 많이 들였다.

그 많은 비용과 공을 들인 스피커에서는 어떤 소리가 나기에 수많은 오디오 마니아들이 밤낮으로 귀를 곤두세우고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까?

좋은 소리란 원음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자연스러운 소리를 말한다.

하지만,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소리는 자연의 소리다.

좋은 소리를 들려주겠노라고 스피커와 앰프에 맞는 음악의 장르를 선택하여 볼륨을 높여 이곳저곳에서 들어보았지만 제주도 파도소리만큼 큰소리가 편안하게 들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제주도 파도소리는 좌우 스피커의 조화나 서라운드 시스템도 필요 없고, 바위에 부딪친 물보라 높이만큼 스피커 볼륨 크기만큼 그대로 소리로 전해온다.

혼연일체가 된다는 것은 소리가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온 몸이 자연과 하나가 되고 미역줄기가 자신의 몸을 감싸고 그대로 다시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소리의 일부분으로 느껴질 때다.

멀지 않은 거제도 몽돌해수욕장의 파도소리는 애교스럽다.

제주 파도의 거친 힘보다는 다소 힘 빠진 듯한 파도가 몽돌과 만나 데굴데굴 노닐다 딱따구리가 단체로 나무 쪼일 때 마냥 ‘따구루루루~’ 하며 썰물처럼 나갈 때 소리는 자장가처럼 귀를 간지럽히고 채워진다.

가장 시원한 소리는 소나무를 만나고 꽃나무를 비켜 산과 들의 모든 나뭇잎과 가지 사이를 피해 대나무 숲속에서 듣는 바이올린 소리 마냥 바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소리이다. 그 바람에는 소리와 시원함까지 포함되어 바람소리가 피부에 닿게 되면 닭살이 돋아나는 느낌이다.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날 버들강아지 피어날 때 호숫가에 앉아 있으면 소리는 무음이다. 가끔씩 새들이 지나가며 노래하는 소리 외에는 그 어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 소리는 들리지 않은 소리다.

들리는 것만이 소리는 아니다. 들리지 않는 소리도 소리의 일부분이니 그 소리는 마음까지 쉬어가게 하는 소리이다.

사람의 소리에도 말하는 소리와 듣는 소리가 있다.

말하는 사람보다는 잘 듣는 사람이 현인이라 하였고 사람과의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 하였다.

소리를 듣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삶을 쉬어가고 자연의 섭리와 자연의 위대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자아를 성숙토록 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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