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따오기는 결국 날지 못했다
기고-따오기는 결국 날지 못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10 15:4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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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전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
김영춘/전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따오기는 결국 날지 못했다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부산, 창원에서 개최 예정이던 중국 상해가무단의 ‘따오기 뮤지컬댄스 공연’은 관객 동원의 부진이 예상되어 지난 1일 전격 취소되었다. 53명의 젊은 무용수들을 포함해 80명이 움직이는 공연단은 2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오는 14일 김해공항으로 출국하는 12일 동안 체류비, 공연장 대관료 등 각종 비용만 8억이 소요되는데, 입국 하루 전에 취소됨으로써 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이 예상된다. 당초 서울, 부산, 창원에서 각각 2회씩 공연할 예정이었다.

우선 공연을 추진했던 기획사의 수억에 이르는 손해는 역량이 부족했던 자신들이 감당하더라도 중국의 고급 공연문화를 누릴 줄 모르는 한국의 척박한 문화수준을 전 세계에 노출하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잃음으로써 앞으로 한국에서의 공연은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금년 1월 9일 중국 항주에서 따오기공연을 직접 보고 현장 추진회의에서 작년까지 일본에서 100회 공연을 성공시키고, 내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일본 공연(50회 예정)에 나선다는데 우리도 민관(民官)이 협력해 성공시키자는 결의를 했다.

2008년 후진타오 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준 따오기 한 쌍이 경남 창녕에서 복원에 성공하고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정부와 기업에서 나선다면 6회 공연쯤은 충분히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와 천황 부부도 직접 공연을 관람함으로써 일본 전국에서 공연 붐을 일으키고, 공연장에서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의 리샤오린 회장이 아베 총리와 천황을 만남으로써 중·일 우호에 기여를 했다고 한다. 장관급인 리샤오린 회장은 리셴넨 전 주석의 딸로서 같은 태자당인 시진핑 주석과도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추진회의 때마다 연 초부터 중앙언론 홍보와 청와대에서 적극 나설 것을 강조하고, 스스로 동원 가능한 해운대라이프, 시민시대, 여성신문 등에 따오기공연을 소개했지만, 중앙언론과 정치권은 민간 수익사업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나왔던 것 같다.

지난 7월 11일에는 한·중·일 따오기국제포럼이 서울에서 열려 한·중·일 대사들이 참석하여 따오기를 매개로 3국이 평화적이고 우호적으로 지내자는 결의도 있었다. 그러나 따오기공연도 못 치러내는 한국은 문화적인 왕따가 될 판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양국의 문화교류가 끊어지다시피 한 상황에서 일본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연도 관람하고 기업체와 관공서의 참여 유도 등 관심을 가졌다면 이렇게 처참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따오기공연이 성공했다면 한·중 우호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고 제2의 한류 붐을 일으키며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많은 우리나라의 공연단이 중국에 활발히 진출 했을 텐데, 이제 한동안 한·중 문화교류는 어려워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한국 정치인들의 무지를 탓해야 되나? 한민족의 한계인가? 너무나 안타깝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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