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거짓의 나비효과
시론-거짓의 나비효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13 15:5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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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거짓의 나비효과

60년대. 소위 386 세대가 태어난 시기다. 이 당시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60 달러 정도였다. 아프리카의 이름 없는 나라들과 다를 바 없었다. 1964년 11월 30일은 우리나라 총 수출이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한 날이다. 지난 해 6000억 달러를 넘었으니 6000배가 넘었다. 당시 수출품은 대부분 수산물과 광물이었다. 이 날을 ‘수출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하다가 무역의 날로 바뀌어서 이어지고 있다. 이 시대에 태어난 386세대는 지금 커서 586 세대로 지금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은 물론 권력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다. 책임을 맡고 있는 셈이다.

70년대. 필자는 종합상사에서 북아프리카로 파견되었다. 수출시장에서 외화획득을 위한 전쟁 같은 날들 3년을 보냈다. 79년 북아프리카의 트리폴리지점에서 단독으로 1억달러 이상이 수주를 받아 수출에 앞장섰다. 사막에 난로를 팔았던 것은 지금 들어도 신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일주문 석유난로 720만 달러를 수출했으니 지금의 가치로는 1억달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년간 2000만 달러를 팔았다. 이때에 112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이 돈으로 미국이 알래스카를 통째로 산 금액과 같은 720만 달러 였으니 시대에 따른 돈의 가치는 크게 다르다.

서슬이 시퍼렇던 독재시절에 맘에 안 드는 기사를 삭제하여 지면의 한 부분이 짓뭉개진 것을 볼 때에 신문이 진실을 전하고 정의를 지키는 사도임에 틀림없다고 모두 믿었다. 필자가 사업을 한창 벌이고 있던 90년대 중반 언론에서 “녹즙기인가 독(毒)즙기 인가?” 라는 제하의 글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 기업은 한번에 날아가 버렸다. 필자도 일본에 이 제품을 소량을 수출하고 있어서 한 중소기업의 성공과 몰락이 한 순간이라는 것을 보았다. “펜은 칼보다 무섭다”라는 말을 실감하며 사회생활속에서 신문 방송은 정의의 사도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스컴이 말하면 ‘콩을 팥이라 해도’곧이들었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권력에 영합하는 신문이 많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에는 신뢰를 회복해가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고 믿는다. 권력의 눈치를 살피느라 대부분의 언론이 아직도 곡필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향후 10년 전망도 어둡다. 아니 평생을 수출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는 매우 두렵다고 말하고 싶다. 정부는 내년 초에는 경제가 회복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믿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세계 10대 수출국의 1~7월까지 통계를 보면 한국이 1위로 8.94% 감소했다. 중국은 미국과 경제전쟁을 치르면서도 수출이 0.59% 상승했고 미국도 0.9% 감소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 환율이 1100원 대에서 1200원 대로 등락하고 있다. 환율의 인상은 수입은 감소하고 수출증대에 큰 영향을 준다. 같은 1달러를 수출하면 100원을 더 받는 셈이라 기업은 수출이 늘어나고 수익도 늘어 고용이 늘어나야 하나 실상은 정 반대로 가고 있으니 제조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소주성 같은 정부정책의 문제로 보인다.

일자리는 수출증가에 비례하지만 투자에도 비례한다.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FDI)는 고용을 증대 시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올 상반기에 전년대비 45.2%가 감소하여 56억 달러에 불과했고 거꾸로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투자(ODI)는 44.9% 증가하였다. 정부의 FDI 올해 목표는 200억 달러이나 그 반에도 가기 어려운 것 같다. 우리나라가 외국인 투자의 황무지가 되어간다는 빈축도 사고 있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혼돈이론에서 초기값의 미세한 차이에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1963년 영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즈가 뉴욕의 한 강연에서 “한 기상학자가 말하기를, 갈매기의 날개 짓 한번이 날씨를 영원히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라고 했는데, 1972년 워싱턴 강연에서는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 짓 때문에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발생한다”라는 시적인 표현으로 바뀌면서 나비효과라는 말이 널리 알려져 정착했다. 정부의 근사한 포장으로 과장된 경제현실 발표나 언론의 진실을 외면한 보도는 나중에는 나라를 망치는 나비효과의 태풍이 될 수 있다.

경제가 최악으로 간다고 믿을 때에 생각나는 말이 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1992년 클린턴이 대통령 후보로 내건 구호다. 지금이 그런 구호를 외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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