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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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13 15: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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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현 베이징사범대 방문교수
이수정/창원대 교수·현 베이징사범대 방문교수-이미지

저녁 시간에 휴식 겸 바이두를 뒤적이다가 ‘조감 2019 한국’이라는 동영상이 눈에 띄었다. ‘추천’란에 커다랗게 올려져 있었으니 아마도 AI가 그동안의 내 검색행위를 간파한 모양이다. 아무튼 반가운 마음에 재생해 봤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관광명소들을 공중촬영해 편집한 것이었다. 중국인이 찍은 건지 한국인이 찍은 건지는 좀 불분명했다. 완벽한 홍보물은 아니었지만 제법 멋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화려한 베이징의 이곳저곳을 돌아보아 비교가 된 탓인지, 아니면 혹 악의적인 편집이 있었는지, 중국에 비해 좀 초라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영상이 끝난 후 호기심에 댓글들을 살펴보았다. 이런 건 누구나 궁금해지는 법이다.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그런데 이 댓글에서 자기네끼리 뭔가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칭찬파와 비난파가 갈려 있었다. 비난파의 어조랄까 논조는 요즘 한국의 그것과 거의 유사했다. 다분히 ‘배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무논리’다. 게다가 근거없는 중화주의적 오만과 멸시가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 기억나는 대로 되짚어보면 “중국의 2선 도시 같은 느낌이다”, “녹지화가 덜 돼 있다”, “곳곳에 중국의 그림자가 보인다”, “그래봤자 미국의 아들이다”, “한국의 최대실수는 친미척중”이다…기타 등등. 한편 칭찬파의 어조는 뜻밖에 호의적이었다. “발달국가[선진국]”, “인민들은 친절하고 소녀들은 예쁘다”, “깔끔하고 청결하다” “조감은 어수선한데 거리에 가보면 깨끗하다,”, “부유한 나라”, “우리 중국은 한국에게 배울 게 많다”, “우리 중국은 한국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 … 기타 등등. 그런데 이런 댓글엔 답글이 또 달려 있었다. “너 까오리[한국인의 비하]지? 빵즈[욕설] 한국으로 돌아가라. 안 말린다” “너 우리 상해 홍콩 마카오 선전에 가봤냐?”, “선진국은 무슨 개뿔. 후진국이다”…기타 등등.

이런 걸 접할 때마다 그렇지만 심경이 복잡했다. 호의적 글에는 흐뭇해지고 악의적 글에는 불쾌해진다. 그러나 애써 침착해지려 노력한다. 그러면 한국의 뭔가가 드러난다. 이들 중국인에게 비치는 한국의 ‘이미지’가 거기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렇게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 양면이 다 있다. 거기서 사실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매겨진다. 요즘같은 글로벌한 시대, 이 국가의 이미지 관리는 필수중의 필수다. 그게 곧 경제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곳의 한 한국기업 사장님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 한류의 인기가 절정이었을 때, 왕푸징[王府井: 서울 명동이나 강남 같은 곳]의 고급백화점에 들어가 보니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1층 한 가운데에 삼성과 엘지의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초창기엔 직원들 모두가 삼성 애니콜 휴대폰을 자랑스럽게 목에 걸고 다녔다고도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다른 중소기업의 제품도 ‘한국제’이기에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고 했다. 한 마디로 ‘잘나갔다’

그런데 이제 그런 시대가 ‘지나갔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곳 중국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더 이상 그런 ‘고급’이 아니다. 중국이 그동안 향상된 탓도 있고 한국이 그동안 주춤한 탓도 있다. 이걸 다시 끌어올리는 게 그래서 한국의 과제가 된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는, 도대체 이미지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역사를 잊지 말자”는 말을 하면서도 의외로 비난이 적다. 기본적으로 그 ‘수준’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분위기다. 비싸더라도 산다. 일본음식도 그렇다. 그만한 내실이 저들의 ‘고급’ 이미지를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일본 최대의 관광고객이 한국인과 중국인인 것도 그런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 그것은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통한다.

우리는 과연 저들만큼 이 이미지 향상, 브랜드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중국은 기본적으로 규모와 역사와 자연을 갖고 있으니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바탕이랄까 저력이 있다. ‘먹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전국방방곡곡이 관광자원이다. 게다가 의외로 개발도 잘 돼 있다. 우리가 기댈 것은 오로지 노력밖에 없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의 능력과 노력으로 그나마 중국인들의 저만큼의 호의적인 댓글이나마 확보한 것이다. 이 노력을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거의 혁명적인 수준의 의식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결국 정치적인 리더십과 국민 개개인의 질적 향상을 통해 이룰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인식’에서 출발한다. 지금 우리의 이미지가 어떤지, 외국이라는 거울에 그것이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그것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일본부터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을 넘어선 세계 최고의 ‘고급’이 되어야 한다. 질적인 승부, ‘선진한국’의 방향은 오직 그것밖에 없다. 그것은 헛된 꿈이 아니다.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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