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남명이라면 어떤 상소를 올렸을까?
강남훈 칼럼-남명이라면 어떤 상소를 올렸을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17 18:1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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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남명이라면 어떤 상소를 올렸을까?


조선시대 대표적 유학자인 남명(南冥) 조식(曺植, 1501~1572)선생을 기리는 ‘남명선비문화축제’가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경남 산청에서 열린다. 축제기간 조식선생 탄신 518주년을 맞아 그의 유학사상을 재조명하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한국-베트남 유학사상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고, 추모제, 마당극, 효 콘서트, 퓨전국악공연, 전통혼례식 등이 진행된다. 산청군과 남명선비문화축제집행위원회는 “남명 선생의 실천유학과 경의 사상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명이 누구인가? 그는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과 같은 해에 태어났고, 16세기 영남학파의 두 거봉이 되었다. 퇴계가 경상좌도 사림의 영수라면, 남명은 경상우도 사림의 영수였다. 퇴계는 1534년 34세로 문과에 급제해 승무원 부정자로서 사대부의 길을 걸었지만, 남명은 1539년(중종 34) 38세로 초야에서 학문에만 전념하는 유일(遺逸)로 인정받아 국가의 부름(헌릉참봉)을 받았지만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또 단성현감 등 여러 벼슬에 임명되었지만 모든 벼슬을 거절하고 학문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당시 폐정(弊政)에 시달리는 백성에 대한 안타까움을 글로 표현하며, 현실정치의 폐단(弊端)에 대해 비판했다.

그의 학문사상의 지표는 ‘경(敬)’과 ‘의(義)’이다. 마음이 밝은 것을 경이라 하고 밖으로 과단성 있는 것을 의라고 했다. ‘경’으로써 마음을 곧게 해 수양하는 기본으로 삼고, ‘의’로써 외부생활을 처리해 나간다는 생활철학을 표방하며 이를 실행에 옮기는 실천철학을 추구했다. 그는 제자들에게 철저한 자기 절제를 통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한 절의를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 혼란으로 백성들의 고통이 극에 달했던 1555년(명종 10) 조정으로부터 단성현감에 제수되었지만, 그 자리를 사직하면서 상소(上疏)를 올렸다. 그는 상소문에서 “백 가지 천 가지를 내리는 하늘의 재앙을 어떻게 감당하며 억만 갈래로 흩어진 민심을 어떻게 수습하려 하느냐”며 임금에게 원칙이 없으면 나라가 나라답지 못하게 되니 임금으로서 원칙을 세우기를 청했다.

‘조국 사태’로 대한민국은 두 달여 동안 만신창이가 됐다. 지난 8월9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그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딸 장학금 특혜 및 의학논문 제1저자 논란, 총장상 위조문제, 가족 사모펀드 투자, 웅동학원 문제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의혹들이 쏟아졌다. 검찰수사와 국회 인사청문회, 부인 기소, 보수야당의 극렬한 반대 등이 있었지만 그는 후보지명 한 달여 만에 법무부장관으로 전격 임명됐다. 현직 법무부장관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이런 혼란 속에 대한민국은 ‘조국사퇴’와 ‘조국수호’를 외치며 양진영으로 갈라졌다. 주말은 물론 휴일에도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에선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진영대결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국론분열이 아니다. 검찰개혁은 국민의 뜻’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장관에 임명 된지 35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입장문을 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복직 했다. 문 대통령은 그의 사퇴 후 “국민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국론분열’이 아니라고 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이는 그동안 ‘국민의 대통령’이 아닌 야당대표의 주장처럼 ‘친문의 수장’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여론이 등을 돌릴 때까지 여권 내 어느 누구도 ‘조국사태’의 심각성을 대통령에게 진언(進言)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물, 임금은 배)라고 했다.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원칙’을 강조하며, 사직상소를 올렸던 남명이 ‘조국사태’를 지켜보았다면 어떤 상소를 올렸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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