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갑상선 암, 과연 만만한 암일까?
건강칼럼-갑상선 암, 과연 만만한 암일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17 16:0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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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영/경상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조윤영/경상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갑상선 암, 과연 만만한 암일까?

갑상선 암은 유방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여성에서 가장 흔하게 진단되는 암 중의 하나다. 2017년 우리나라 암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갑상선 암을 새로 진단 받은 인구가 2만명 이상으로 우리 주변에서도 갑상선 암으로 치료받은 분들을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갑상선 암의 5년 생존율이 99%로 대부분 예후가 매우 좋기 때문에 갑상선 암에 대한 시선은 다른 암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갑상선 암은 2000년대 들어 고해상도 초음파 기기가 널리 쓰이면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 발견 빈도가 증가하게 되었다. 손으로 만져지는 갑상선 결절은 5%에 불과하며 이러한 경우 대부분 종양 직경이 2cm가 넘는다. 반면, 증상 없이 우연한 기회에 발견된 갑상선 암은 촉진으로 발견된 경우에 비해 대개 크기가 작고 예후가 좋다.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된 분화도가 좋은 갑상선 암이 늘어나면서 ‘갑상선 암은 예후가 좋은 암, 죽지 않는 암’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대개는 그 말이 맞다. 하지만 미국의 SEER 자료를 보면 크기가 작은 암 뿐만 아니라, 4cm 이상의 크기가 큰 갑상선 암의 발생도 증가하고 있어, 갑상선 암 진단의 증가가 비단 건강검진 초음파의 도입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체 갑상선 암 환자의 약 20%는 재발을 경험하며 갑상선 암은 수술 10년 이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수술 이후 5년까지 경과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정기적인 추적이 필요하다.

갑상선 암 환자의 약 5%는 폐, 뼈 등으로 원격전이를 동반하며 이러한 경우에는 원격전이를 동반하지 않은 대부분의 환자와는 다르게 예후가 다소 불량하다. 원격전이를 동반하였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위의 암에 비해 장기 생존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방사성 동위원소 등 추가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로, 우리나라에서 진단되는 갑상선 암의 98% 정도는 분화도가 좋은 유두암, 여포암인데, 드물기는 하지만 역형성 암이 발생하는 경우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

예후가 좋은 암인 만큼, 전립선암에서처럼 최근 갑상선 암 분야에서도 적극적 관찰(active surveillance)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미세침흡인검사에서 갑상선 암 세포가 나왔더라도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자는 것인데, 갑상선 암이 1cm 미만으로 한쪽 갑상선에 국한되어 있고 림프절 전이가 없으며 갑상선 피막을 침범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할 때 조심스럽게 고려할 수 있다. 치료 방침에 대한 부분은 전문 의사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이다.

갑상선 암은 수술하지 않고 경과관찰 하여도 좋을 만큼 서서히 자라는 종양이 있는가 하면, 원격전이를 동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까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만 암은 암이기 때문에 그냥 두어도 좋다고 차치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담당의와 충분히 상의하고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면 갑상선 암이 두려운 존재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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