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성철(性徹) 큰 스님 열반 26주기에 부쳐지난 음력 9월20일(10월18일)은 불보살로 우리 곁에 오셨다가 홀연히 떠나신 성철(性徹) 큰 스님의 열반 26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성철 스님이 입적하신지 30여년 가까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큰 스님으로 남아 있는 스님의 자취와 기억은 여전하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큰 스님의 자취와 향기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무는 것은 그만큼 성철 스님이 가장 존경하는 스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님은 현대 불교에서 손꼽히는 선승(禪僧)이다. 8년간의 장좌불와(長坐不臥)는 물론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만남 요청도 거절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스님은 지눌(知訥)의 돈오점수(頓悟漸修)를 비판하고 돈오돈수(頓悟頓修)를 주장하여 불교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돈오돈수는 말 그대로 ‘단박에 깨치고 단박에 닦는다’는 뜻으로 한 순간에 깨달았다 할지라도 완전한 깨달음이란 순식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돈오점수와는 다른 사상이다.
스님은 불교계 내부의 공부는 안하고 권력과 돈이라는 잿밥에만 눈 어두운 일부 종단 지도자들을 질타하며, 고행을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참선을 향하는 종교지도자로서의 원칙적 삶을 실천했다. 또한 삼천배를 통해 잘못에 대해 사죄하는 의례를 먼저 요구하면서 불의나 권력과 일체의 타협을 단호히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님은 한 가지 장삼가사와 하나의 목탁(一衣一鐸)으로 80평생을 보내셨으니 그분의 절제와 검소에서 이 시대를 슬기롭게 사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큰 스님의 생가에 세워진 산청 겁외사에 가면 평소 스님이 입으시고 사용하시던 장삼과 목탁, 그리고 스님이 사용했던 물건들과 책들이 진열되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스님의 향기를 선사하고 있다. 요즘 혼탁한 세상에 성철 큰 스님의 사자후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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