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할 것이다
칼럼-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할 것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21 14:5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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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할 것이다

지금 진주에서는 국립경상대학교와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통합문제가 이 지역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인류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한 번 전망해 보고자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을 기록했다. 1983년 2.06을 기록한 이래 줄곧 떨어져 마침내 ‘제로’대에 이르렀다. ‘0점’대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이는 한국인이 멸절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이기도하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1년도부터 지방대학들을 중심으로 신입생 입학 정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2020년도) 입시부터 대학입학 가능 학생 수(47만9376명)가 대학 입학정원(49만7218명)보다 2만여 명, 2022년 8만 5000여 명, 2024년 12만 3000여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전국 대학 수(351곳)에 단순 대입하면 5년 뒤엔 전국 대학의 25%(87곳)가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정부가 학생 충원이 잘 안 되는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원 감축을 유도키로 했다. 지난 8월 14일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연간 8596억 원에 달하는 대학재정지원을 하고 있는데, 기본역량진단지표 중 충원율(모집인원 대비 실제 학생 인원) 배점(10점→20점)을 높일 방침이고 충원율이 낮아 평가에서 탈락한 대학에는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지원방식 변경에 따라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를 위주로 학과 통폐합 등을 통해 정원을 감축해 충원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수도권 일부 대학들까지 정원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기 인구 추계를 보면 40년 후, 즉 2060년경 한국의 인구 상황은 참담함을 뛰어넘어 절망에 가깝다. 전국 어린이집은 2014년 4만3742개소에서 지난해 3만9171개소로 줄어들었다. 4년 만에 열군데 중 한 군데가 문을 닫은 것이다. 산부인과 역시 저출산 한파가 심각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산부인과는 2009년 1628개소에서 지난해 1311개소로 줄어들었다. 9년 새 다섯 곳 중 한 곳(19.5%)이 사라졌다. 생산 가능인구(15~64세)는 1700만 명(45%) 줄고, 반면에 노인은 1000만 명 이상 늘어서 노인 비율이 44%로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된다. 그래서 25년 뒤에는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 전체에서 인구 감소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은 2040년~2045년 사이에는 국민소득 3만 달러이상, 인구 5000만 이상인 나라를 의미하는 ‘30~50클럽’에서도 이탈하게 될 것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사회에 근원적 변화를 가져온다. 사회분야는 더 심각하다. 2060년에는 학령인구가 41만 명(49%) 줄면서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절반가량이 비게 된다. 18세 인구도 줄어서(54%) 나라를 지킬 군(軍) 인력마저 초비상사태가 올 것이다. 이제는 지방에는 결혼할 사람과 죽을 사람도 없어 결혼식장에 이어 장례식장도 줄줄이 폐업으로 치닫고 있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300년 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 1위가 한국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진주에 있는 국립 경상대학교와 과학기술대학이 ‘대학통합 공동추진위원회’를 발족하여 통합추진 기본계획안을 마련한 것은 그나마 미래에 곧 닥쳐올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본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신라가 나당연합으로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삼국을 통일한 사례나, 6·25동란 때 18개국의 UN군이 참전하여 대한민국을 지켜낸 사례를 보아도 교훈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대학들은 임진왜란 전야, 6·25동란 전야와 같은 상황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할 것이다’,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건 옛말이다. 일시에 우르르 넘어질 수 있다’, ‘부동산시장에는 대학을 팔겠다는 매물이 나와 있어도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

학령인구감소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는 현 시점에서 통합에 관한 찬·반 양론도 있지만 수성의 독자생존전략으로 갈 것이냐? 통합생존전략으로 갈 것이냐? 하는 문제는 장기적이고 냉철한 고민과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편 모교를 지켜내고자 하는 일부 통합반대를 외치는 몸부림의 애교심도 평가해야 하지만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는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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