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반미 테러와 린치는 막아야
시론-반미 테러와 린치는 막아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23 15:5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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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반미 테러와 린치는 막아야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19명의 학생들이 지난 18일 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미국 대사관저를 월담 침입했다. 작년 9월에도 조선족 여성이 밤중에 대사관저를 무단 침입했다. 올 6월 25일에는 40대 남성이 자동차에 부탄가스 한 박스를 싣고 대사관으로 돌진하여 정문을 파손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 경찰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외교사절의 공관 지역은 ‘불가침’(inviolable)이다. “접수국은 모든 침입이나 손해에 대해 공관 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 교란이나 품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미국 대사관은 “대사관저에 대한 14개월만에 두번째 불법 침입이라는 점을 강력 우려(strong concern)한다”면서 “한국이 모든 주한 외교사절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여 줄 것을 촉구(urge)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공관 침범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위기라는 정치적 목적 실현을 위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벌인 단체는 작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을 주도했던 친북 조직으로 그동안 ‘김정은 만세’를 외쳐왔다. 지난 9월 문정인 대통령특보는 남북관계의 가장 큰 장애물은 유엔군사령부라면서 “미국 대사관에서 시민이 데모해야 (미국이) 바뀐다”고 말했다. 앞으로 반미 시위가 격화되어 ‘린치’와 ‘테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은 불문가지이다. 한편 미국은 자국 공관을 보호하기 위해 해병보안경비대(Marine Security Guard)를 두고, 공관 지역내에서의 위협에 대해 물리적 방어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공관 지역은 ‘치외법권’이기에 미국의 어떤 자위권 행사에도 접수국이 국내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래서 상황이 자칫 악화될 가능성은 늘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주한 미국공관들에 대한 안전대책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전세계에서 상시적 테러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미국은 재외공관의 안전을 중시하고, 이는 해당국과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1979년 주이란 대사관 인질사건을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980년 광주 美문화원 방화, 1982년 부산 美문화원 방화, 1983년 대구 美문화원 폭파, 1985년 서울 美문화원 점거농성, 1989년 美대사관저 점거 등의 사건이 있었다. 특히 2015년 3월에는 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 참석한 당시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에게 오른쪽 턱 위 12cm 자상 등 총 5곳의 상처를 입히는 ‘린치’가 가해졌다. 리퍼트 대사가 퇴원하면서 “함께 갑시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한미관계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일대사건이었다. 국제법 때문이 아니라, 한밤중에도 돌아다닐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우리 사회에 대한 국제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사건이 다시는 재발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미국은 이번 사건에서 ‘모든 주한 외교사절에 대한 보호’를 언급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이를 소홀히 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공지한 것이다. 앞으로 반미 감정이 격화되면서 미국 공관지역으로의 침입·공격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여타 국가의 공관과 외교관은 물론 외국인 일반을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일본 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을 포함하여 주한 외교사절 전체의 공관과 시설에 대한 경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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