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시조의 유네스코 등재
시론-시조의 유네스코 등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27 15:3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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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시조의 유네스코 등재

시조는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700년 전통의 정형시(定型詩)다. 시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는 우리 민족이면 누구나 소망하는 일이다. 그러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솔직히 갈 길이 멀고 해야 하는 일은 많다. 등재 여부는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느냐에 달렸다. 시조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움직임이 있다.

시조 다큐멘터리영화를 제작하기 위하여 국내외 3인의 외국인 교수들이 나서고 있다. 하버드대학 동아시아학과에서 시조를 가르치던 데이비드 맥캔(David McCann) 명예교수는 시조헌장비문을 영문으로 번역한 사람이다. 맥 교수는 시조에 대한 여러 권의 저술도 하고 직접 시조를 짓는 가족이 모두 시조 애호가이며 선구자다.

데이비드와 함께 서강대 웨인 더 프레머리(Wayne De Fremery) 교수가 주축이 되어 영자지 시조저널을 발행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 시나 정형시라 말하지 않고 당당히 영문으로 ‘Sijo’라고 이름하고 시조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시조영화 다큐제작은 마이클 엉거(Micheal Unger)교수가 감독을 맡고 있다. 영화의 주제는 황진이의 걸작 <청산리 벽계수>를 축으로 하여 시조의 맛과 멋을 살려 국제영화제를 통하여 알리려고 한다.촬영지 사전답사는 지난 12일 진주 지역을 두루 답사하였고 18일에서 20일까지 2박 3일 동안 진주 일원에서 한국시조문학관의 협조로 촬영이 이루어졌다. 시조 속의 청산리는 갈 수 없는 북한에 있어서 유사한 곳을 찾다 보니 산청군 시천면 백운계곡으로 잡았다. 강물이 흘러 산청군과 하동군과 진주시가 만나는 덕천강 중류인 원당보(元塘洑)에서 이루어졌다. 지리산 천왕봉이 담긴 모습을 담으려 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어떤 영상이 나올지 궁금하다. 시조문학관에서 오래된 자료와 김정희 관장 등과 대화가 이뤄졌다. 맥캔 교수의 번역하는 모습도 문학관에서 촬영되었다. 이 다큐는 2020년 5개국 국제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부산영화제, 베를린영화제, 캐나다 영화제, 암스테르담 등 다큐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한민족의 정신이 담긴 시조헌장이 올해에 (사)한국시조협회에 의해 태어났다. 시조헌장은 한겨레의 노래(詩)로서 영원히 남을 시조헌장비로 제작되어 지난 20일 충남 보령시 미산면 봉성리에 있는 문학비 마을에 터를 잡게 되었다.

지난 2일에서 한글날인 9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에 있는 코너갤러리에서 ‘데이터로 재탄생한 한글시조 전시회’가 열렸다. 황진이의 시조 <청산리 벽계수>를 노래에서 글로, 또 조형물로 변화시키는 시도다. 웨인 드 프레머리(Wayne De Fremery)교수,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인 씨게이트(Seagate)가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이 시조를 3D 프린팅을 통해 조형물을 만들 수 있고, 다시 그 크기를 조정하면 작은 목걸이나 큰 조형물도 만들 수 있다. 황진이가 살아 돌아온다면 벽계수는 이런 목걸이 선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고 싶다. 시조창으로만 기억하는 시조는 이은상의 <가고파>나 <성불사의 밤> 등 수많은 가곡으로 태어났다. 최근에는 랩으로 작곡하여 변화를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유명한 시인이자 수필가인 피천득 선생은 황진이를 셰익스피어를 능가하는 작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산리 벽계수>나 <동짓달 기나긴 밤을> 등 6편을 남겼다. 작품의 양은 얼마 되지 않으나 그 절묘한 비유는 셰익스피어를 능가하고도 남을 것 같다.

<청산리 벽계수>는 일종의 사랑가다. 사랑의 순수성은 알 수 없다. 벽계수를 놀렸다는 견해가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내용을 직역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벽계수는 세종의 아들 영해군의 손주로 이종숙으로 알려져있다. 황진이가 벽계수에 만나자고 하는 프러포즈다. 명월은 황진이의 호이다. 다큐영화 촬영은 지리산 백운계곡에서 황진이 숨결을 찾고 덕천강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길목마다 이야기를 담는다. 황진이는 남명 조식 선생을 만나기 위해 이곳 덕산을 다녀갔다고 한다. 제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명 선생은 백운동 계곡에서 황진이를 만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은 남명 선생의 인품을 말해주는 것이라 본다.

700년을 이어온 시조가 앞으로 세계만방에 펼쳐지는 모습이 시조다큐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를 소망한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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