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진정 아름다운 것
칼럼-진정 아름다운 것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28 14:4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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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진정 아름다운 것

진정 아름다운 것은 자연물이다. 혹은 자연법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인체는 ‘황금분할의 비율’인 0.618:1에 맞는 신체이다. 미학 전문가들은 연구를 통해 미용과 체형이 완벽한 사람이 지녀야 할 최소 18개의 ‘황금분할’점을 발견했다. 예컨대 배꼽은 정수리에서 발끝까지의 분할점, 목구멍은 정수리에서 배꼽까지의 분할점이 각각 되어야 한다. 이처럼 ‘황금분할 비율’에 맞거나 그에 접근하면 아름답다고 인식된다. ‘황금분할 비율’은 자연에서 비롯되었으며 많은 사물이 이 비율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예컨대 사람은 어째서 섭씨 22∼24도에서 가장 쾌적하다고 느낄까? 사람의 정상체온인 섭씨 37도의 황금분할점이 22.8도이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사람의 두뇌가 가장 맑고 기온이 가장 적당해지는 이유는 이때가 하루 중 황금분할점이기 때문이다.

이때의 기온은 하루 중 가장 적당하며 머리도 가장 맑고 일의 효율 또한 가장 높다. 실제로 ‘황금분할의 비율’의 효과는 건축, 서예, 회화, 음악 등의 영역에서 고루 나타난다. 고대인들은 이 비율을 알지 못했지만 자연 관찰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 비율에 접근했다. 그러나 자연물은 결코 어떤 경직된 비율에 의해 형성되지 않았으며, 무수한 규율을 따른다. 그러므로 불규칙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드러나면서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운 생명력을 발산한다. 인류는 그 안에 담긴 규율을 탐색하고 모방할 수 있지만 진정한 자연의 상태에 도달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전문가가 진주, 기석 등 자연물을 감정할 때에도 인위적인 흔적이 있는지를 살피는 방식이 주요하다. 인위적인 흔적은 규칙적이고 고르지만 그 안에서 자연의 생기를 찾을 수 없다. 사람에게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지닌 것은 진귀한 보석이 아니라 인간의 아름다운 행위이다. 불가(佛家)에서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스스로 이롭고 남에게도 이롭게’라고 했다. 그래서 진정한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인간의 아름다운 행위이다.

바닷가에 남루한 집이 있었다. 집주인은 외로운 늙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여러 해 동안 병상에 누워 지냈다. 행동마저 불편하여 남에게 의지해 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집 앞에는 해변이 펼쳐져 있어 늘 웃고 떠드는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다. 수영실력을 자랑하듯 바다를 헤엄쳐 가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노인은 매일 침대머리에 앉아 작은 창으로 바깥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즐거움에 함께 미소를 지었다. 어느 날 노인이 평소처럼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문득 하늘의 조용한 변화를 감지했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사라지고 어스름한 황혼이 깔리더니 바닷물 색도 변하기 시작했다. 노인은 순간 숨이 막히며 공포가 온몸에 엄습해왔다. 여러 해 전 바로 이 같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지진해일이 일어 그녀의 남편과 아들을 삼켜버렸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이 일로 그녀의 행복한 가정은 무너졌고 그녀는 끝없는 고통 속에 내던져졌다. 그녀는 창문가에 엎드린 채 온힘을 다해 소리쳐 사람들에게 얼른 대피할 것을 알렸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힘이 없었다. 파도 소리와 웃음소리에 묻혀 그녀의 필사적인 외침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쩌지?” 여인의 눈빛이 등불에 닿았다. 그녀는 등불을 쥐고는 그 기름을 침대, 나무로 만든 벽, 낮은 초가지붕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떨리는 손으로 성냥을 그어 집에 불을 붙였다…

마침내 사람들은 작은 집에서 불이 난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불을 끄기 위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러나 노인은 이미 불바다 속에서 목숨을 잃은 뒤였다. 이때 해일이 갑작스럽게 몰려와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모두를 삼켜버릴 위세로 해변을 덮쳤다. 사람들은 놀라 꼼짝 할 수도 없었다. 아무도 화재가 일어난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이 화재가 그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음은 분명했다. 사람들은 노인을 위해 성대한 장례를 치러주었다. 하느님은 화재의 원인을 알았기에 노인의 영혼은 천국에 들어가 아름다운 천사가 되었다. 만일 불이 났어도 관광객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수수방관 했다면 이 이야기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되었을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모두 아름다움 자체이다. 그 중에서도 할머니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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