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친절한 금자씨
아침을 열며-친절한 금자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29 17: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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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친절한 금자씨

며칠 전 오래된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봤다. 배우 이영애와 최민식의 주연으로 20여년 전 배급 당시엔 그다지 큰 흥행은 하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 개봉 때는 한창 육아로 눈코 뜰 새 없었기에 보지 못했다. 지인으로부터 반전의 묘미가 살아있다는 말이 기억이 나서 이번에 다운받아서 보았다. 인생에 있어서 반전은 언제 어디서나 짜릿한 매력이지 않은가. 또한 그것은 우리 자신 안에 지킬과 하이드처럼 똬리로 내재된 양면성이다.

영화 속 여주인공은 이제 스물세 살 밖에 안 된 젊은 여성이다. 게다가 돈도 없이 홀로 남겨진 미혼모. 얼마나 살기 힘들겠는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를 잃어버린다. 아이가 없어진 직후 전화가 걸려온다. 아이는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납치였고 아이를 훔쳐간 나쁜놈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유아납치범은 대개 돈을 노리기 때문에 돈이 있는 집이 타깃이 되는데 그녀는 돈이 없다. 납치범은 그것도 잘 알고 납치를 했을것이다.

역시나 납치범이 노린 건 돈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악랄한 걸 원했다.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게다가 자수하는 것이었다. 납치범은 돈을 노리는 전문 유괴범이었는데 수사망이 조여오자 금자씨의 곤궁함과 혼자라는 약점을 잡고 자기 대신 금자씨를 그 수사망에 던져 넣었던 것. 납치범의 조건은 금자 씨가 살인죄만 뒤집어쓰면 아이는 잘 키워주겠다는 것. 금자 씨는 좋은 데에 입양을 요구하고 감옥으로 간다, 딸은 살아야 되니까.

감옥에서 금자 씨는 속으론 철저히 복수를 계획하며 친절한 언행으로 복역의 나날을 이어간다. 어떻게 하면 감쪽같이 그 납치범을 죽일 것인가. 어떻게 하면 가장 고통스럽게 죽어가게 할 것인가. 동료들의 범죄 수법을 하나하나 배우고 익힌다. 그리고 금자 씨는 실제로 살인을 한다. 같은 방에서 복역 중인 그 방의 대장 여죄수는 동료를 노예처럼 부리는데 화가 난 금자 씨가 밥에다 ‘락스’를 조금씩 섞어 먹여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고자하는 건 우리를 괴롭히는 건 공권력의 폭력뿐 아니라 가까이 함께 사는 이웃도 치명상을 입힌다는 사실이다. 납치범은 시원하고 신나게 타고 싶은 요트를 사기 위해 납치범이 되어 자기가 잘 아는 가정의 아이들을 납치해서 죽이고 돈을 뜯어냈다. 감방의 방장은 그 방에서 가장 악랄한 죄를 지어 가장 오래 복역을 해야 하는 걸로 동료들을 급박하고 노예처럼 부리고 결국 동료에게 죽임을 당한다.

금자 씨는 감옥에서 13년 동안 온갖 선행으로 ‘친절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출소하여 이제 치밀하고 악랄한 복수를 함으로써 반전에 돌입한다. 치밀하기에 복수는 성공한다. 이렇게 개인과 개인이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동안에 공권력은 속수무책이나 방관으로 대처한다. 여기서 반전적 사고를 작동시켜보면 괴롭히는 것도 이웃이지만 위급할 때 도울 수 있는 사람 또한 이웃이다.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있듯, 우리는 이웃 없이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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