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이제는 거둬야 할 가을
진주성-이제는 거둬야 할 가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29 17: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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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제는 거둬야 할 가을

우리의 긍지는 은근과 끈기로 결속된 합심단결이었다. 끈질기게 독립운동도 했고 6·25 남침을 반격하며 치열하게 전쟁도 했고 힘을 모아서 민주항쟁도 했고 IMF의 구제금융에서 벗어나려고 금 모우기도 했다. 그러한 국민이 정치에 관해서는 근성을 달리한다. 왜일까. 반민특위의 종국을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어서일까. 독립운동가의 말로나 그 후손의 생활상과 친일 매국노와 그 자식들의 생활사를 비교한 결과일까. 실리의 득실에 영악해서일까. 기회의 균등과 과정의 공정은 말과 글 속에서 홍보의 목적으로 사용될 뿐 현실에서는 ‘기회는 수단껏 과정은 능력껏’이라는 체감 때문일까. 양심은 아니라고 부정은 하지만 이상이 현실 앞에 무력하고 정의가 실리 앞에 굴복하여 이성의 통제력이 무기력해진 것임은 틀림없다.

따라서 소득이 없으면 관심이 없고 듣기 싫은 소리는 듣지 않고 천지가 개벽을 해도 자신의 피해만 없으면 사흘이면 잊어먹는다. 그러면서 남이 하면 부당하고 내가 하면 온당하다. 내 편은 옳고 상대편은 모두가 그러다. 그래서 내 편이 아니면 적이다. 남이 잘되는 꼴도 못 본다. 남이 잘못되는 것이 내가 잘 되는 것보다 더 통쾌하다. 개인보다는 정치에서 더 뚜렷하게 표출된다. 반대급부를 노리며 경쟁이 아닌 정쟁으로 일관한다.

그래서 자청 보수라는 쪽이 보수니 진보니 하며 애써 편을 가르고 본래의 뜻과는 달리 보수는 온건파인 애국자고 상대를 좌파라며 좌파는 곧 빨갱이다로 등식화하려고 한다. 이를 편 가르기에 이용하고 현혹되면 덩달아서 여론에 편승하고 시류에 영합하며 부정 앞에 침묵하고 강자에게 아부하여 약자에게 군림한다. 정의를 가식하고 정도를 거스르는 기회주의 정치인이 승자가 되어 왔던 지난날이 부끄럽다.

이상향은 요원하고 가식은 찬란하여 민심마저 물들어서 남의 일이 잘되어 가면 시기하며 훼방 놓고 자기보다 앞서가면 돌아서서 중상모략하고 뒤쳐져서 터벅거리면 돌아보고 즐긴다. 동료인 듯하면서도 버거우면 기피하고 버금가면 폄하하고 모자라면 짓밟는다. 포용을 위장한 음해를 일삼고 제잘 못은 탈이 없고 남잘 못은 탈이 된다. 위험한 데는 끌고 가고 좋은 데는 혼자 간다. 이 모두가 선점하려는 야욕에서 나온 암투이다. 말은 상생이라며 실행은 상충이고 속내로는 상극이다. 깊어가는 가을, 농부가 지난여름과 화해하고 가을걷이를 하듯 우리도 함께 거두어야 할 것을 위하여 서로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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