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금강산 독자개발은 김정은의 독선
시론-금강산 독자개발은 김정은의 독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30 16:1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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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금강산 독자개발은 김정은의 독선

지난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을 현지지도하면서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25일 “금강산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것”이라며 우리 시설을 철거하라고 일방적으로 통지했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박왕자씨가 북한 경비병이 쏜 총에 사망한 뒤 11년 넘게 중단된 상태이다. 그러나 작년 평양공동선언에서 ‘여건이 조성 되는대로’재개하기로 합의했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위원장은 ‘조건 없는 재개’ 의사를 밝혔다. 더구나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북핵 폐기에 앞서 북한에 먼저 보상을 주는 카드로 대북 제재에서 남북경협에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금강산관광 재개를 검토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차단해버린 것이다. 사실 한국이 금강산관광을 미국의 동의 없이 풀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이제 이를 기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더 큰 요구를 얻어내기 위해 벼랑끝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라 보는 견해도 있지만, 과거의 정책을 ‘의존’적이라 비판한 것은 주목해야 한다. 대남 정책을 앞으로 완전히 바꾸겠다는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 약소국에 대한 ‘조차’(concession)처럼 땅을 내주고 사용료를 받는 방식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성공단 몰수로 이어질 수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금강산관광 재개보다 현실적으로 더욱 어렵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올 연말이면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귀국한다. 기존 공장에 수용하기 보다는 개성공단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이제 북한 주도형으로 새롭게 구조화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독자 개발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삼지연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등으로 ‘준비된 강력한 건설역량’이 있다고 주장한다. 군인 등을 동원하여 건설할 수는 있겠지만 외국 관광객을 받아들이기에는 ‘너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 투자 유치를 통한 건설재원 조달도 쉽지 않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 50년 독점사업권을 갖고 약 7800억 원(사업권 4억8000만 달러와 유형자산 구축비 2268억 원)을 투자했다.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직원은 1100여명에서 180명 선으로 줄고, 누적 매출손실은 약 1조5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문재인정부와 북한이 그동안 자랑스럽게 강조해온 ‘6‧15 남북공동선언’ 제4항에 근거한 남북경협 4개 합의서는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보호한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깬다는데 누가 북한을 믿고 투자할 수 있겠는가.

관광객 확보도 어렵다. 중국인이나 일본인에게 금강산관광은 큰 매력이 없다. 한국 관광객이 없으면 안된다. 그러나 대북 제재 속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육로관광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래서 한국인 개별관광은 매우 비쌀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북한을 방문하면 미국 비자를 발급받는데 제약이 되고, 현재 우리 사회의 정치지형에서 친북·종북 이미지도 우려된다. 대북제재로 스마트폰도 카메라도 갖고 갈 수 없다. 자칫하면 북한에 억류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에 나설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결국 북한의 결정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도대체 지금 북한에서는 합리적인 정책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독선과 독단뿐이다. 마치 핵무기를 보유하여 미국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대국’이 되었다고 착각하고, 이제부터는 마음대로 뭐든지 할 수 있기에 ‘남조선’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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