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의 고전탐구-도리불언(桃李不言)
이정랑의 고전탐구-도리불언(桃李不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31 16:31
  •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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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언론인·중국 고전 연구가
이정랑/언론인·중국 고전 연구가-도리불언(桃李不言)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하지 않는다

한나라의 초기의 용장 이광(李廣)은 말 타기와 활쏘기의 명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문제(文帝) 때부터 경제(景帝)를 거쳐 무제(武帝) 시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번 흉노와의 전쟁에 참여했다. 흉노가 이광의 계략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한나라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와 함께 전투에 참여하길 바랐다.

이광은 위인이 솔직담백하고 자신이 받은 상을 모두 부하들에게 나눠주며 병사들과 함께 먹고 잤다. 그는 40년 동안 높은 관직에 있었지만 죽어서 재산도 거의 남기지 않았다. 행군중에 병사들이 모두 물을 마시기 전에는 물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병사들이 모두 먹기 전에는 밥 한 숟갈도 입에 넣지 않았다.

그는 병사들에게 가혹하지 않고 너그럽게 대했다. 그는 말재주도 없고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싫어했지만, 병사들은 기꺼이 그의 명령에 따랐고 그를 존경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60여 세의 고령을 무릅쓰고 흉노와의 전투에 참가했다가 수세에 몰려 끝내 자살하고 말았다. 당시 모든 장수들과 병사들은 비통하게 울부짖었고,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도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세상에 전하기를 ‘자기 몸이 바르면 명하지 않아도 시행되며, 자기 몸이 바르지 못하면 명을 내려도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이 장군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내가 이 장군을 본 적이 있는데, 성격이 소박하여 촌사람처럼 말도 잘 못했다. 그가 죽자 천하의 사람들은 그를 알 건 모르건 모두 진심으로 슬퍼했다. 그의 충실한 마음씨가 참으로 사대부를 믿게 한 것이다. 속담에 ‘복숭아나 오얏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나무 밑에는 절로 작은 길이 생긴다’고 했는데. 이 속담은 보잘 것 없는 것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큰 것을 비유하는 말일수도 있다. [사기]
복숭아나무 등은 자신을 선전하지 않지만 그 나무 아래를 지나는 사람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나무 아래에 자연스럽게 길이 생겨난다. 그것은 이 나무가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달고 맛있는 열매를 맺으며 묵묵히 사람들을 위해 공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벌리지 않아도 저절로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 것이다.

‘도리불언’은 통치술 중에서 ‘말 없는 가르침’을 가리킨다. 통치 예술의 규율로 분석해 보면, 한 지도자가 끊임없이 부하를 교육시키는 ‘말에 의한 교육’외에 말하지 않고도 부하들을 깨우칠 수 있는 가르침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몸을 원칙으로 삼아 병사들과 동고동락하고 운명을 같이하면서 병사들이 자기 주위에 단단히 뭉치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면, 부하들은 불속이라도 뛰어들고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한다. 계략가가통치 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청산유수와 같은 능란한 말재주로 지지를 얻는 것도 좋은 계략이다. 그러나 때로는 떠벌리지 않고 ‘도리불언’의 방법을 채용해야 대중을 설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방법 또한 없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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