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누구에게나 잠 못 이루는 밤은 있는 법
건강칼럼-누구에게나 잠 못 이루는 밤은 있는 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0.31 16:31
  •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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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진/경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진/경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누구에게나 잠 못 이루는 밤은 있는 법

여간해서 잠을 못 잔다고 병원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지만, “너무 잠을 못 잔다”고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결코 적지 않다. 불면증이라고 하면 잠들기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아침에 일찍 깨는 증상이 일주일에 3회 이상, 1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며칠 정도만 지속되는 단기 불면증은 전 인구의 반 정도가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만성 불면증의 경우, 통상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7~23%에서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두 번 잠을 못 잔다고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그러나 불면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이것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 불면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해서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처음 시작의 원인이 무엇인지 보다는 만성화를 일으키는 원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보통 며칠씩 잠을 잘 자지 못하게 되면 저녁이 다가올 때마다 ‘오늘은 잘 잘 수 있을까?’ 걱정을 하게 되고, 저녁 식사를 하자마자 잘 준비를 하고 오후 8시만 돼도 잠자리에 누워서 잠 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낮에 경험하는 일 중에 부정적인 것들, 예를 들어 업무 도중 사소한 실수를 했다거나 하는 것들을 다 잠과 연관 지어서 ‘어젯밤에 못 자서 이렇게 된 거야.’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낮에 잠깐이라도 시간이 나면 자리에 눕거나 의자에라도 앉아서 잠을 청하고 그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실망한다. 피곤하니 평소보다 활동을 적게 하게 되고, 때로는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 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며 자기 직전에 격렬한 운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들이 바로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대표적인 지속 요인이라는 것을 모른 체 말이다.

불면증은 건강에 좋지 않다. 불면증으로 인해 심장 박동수이 증가되고, 심박변이도가 감소되며, 잠들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 생리적 과각성이 발생하면 이것은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고 심혈관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도 저하된다. 짧은 수면 시간을 갖는 불면증의 경우 처리속도와 주의력 전환, 단기 시각기억력이 모두 떨어져 있었다. 만성 불면증은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불면증은 정신질환과의 공존도 매우 높아서 우울, 불안, 자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불면증의 위험성을 알고 조기에 잘 치료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불면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병력 청취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보호자들로부터의 병력 청취도 중요하다. 복용 중인 약물이나 술, 커피, 담배 등의 사용력과 신체검사 뿐 아니라 정신과적 병력, 성격적 요인, 직업 및 가족 상황, 대인 갈등 등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불면증의 유발 요인, 같이 자는 사람으로부터의 정보, 근무 시간과 일주기 리듬, 수면-각성 패턴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필수적이다. 수면-각성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일주기리듬 수면각성장애가 의심될 때에는 활동기록계(actigraphy) 검사를 받아야 한다. 주기성 사지 운동증이나 수면무호흡증, 기면병이 의심될 때에는 반드시 야간 수면다원검사(nocturnal polysomnography)를 받아야 한다. 치료를 받아도 잘 해결되지 않는 불면증의 경우도 야간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직업 운전수와 같이 불면증이 직업적으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에도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

2017년에 미국과 유럽에서 만성 불면증의 치료 지침 최신판이 발표됐다. 여기서는 공통적으로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항히스타민계의 수면제 사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1차 치료로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insomnia cognitive-behavioral therapy)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의존 및 남용의 위험이 있는 수면제와 달리 인지행동치료는 안전하며,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인지적인 오류들을 바로잡고, 불면증을 고착화시키는 잘못된 행동의 요소들을 고치는 것에 있어서 효과적이다. 며칠씩 지속되는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가능한 수면 클리닉을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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