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황교안 대표가 발 벗고 나서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30일 ‘조국사태’와 관련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여러분께 매우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국민, 특히 청년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고 했다. 여당 대표가 두 달 반 동안 이어진 조국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표현대로”라고 했지만, 사실상 사과한 것이라고 여당에선 해석했다.
이처럼 정치권은 두 달 반 동안 국민을 분열시켰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문제에 대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사퇴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 동생의 영장 재청구 등 일련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조 전 장관의 소환과 사법처리 여부가 ‘조국사태’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일까? 정치권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내년 총선을 향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당의 발걸음은 매우 빠르다. 검찰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총선기획단을 발족시키는 등 이미 내년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여당 초선의원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자유한국당은 또다시 선제 ‘한방’을 먹었다고 볼 수 있다. 인적쇄신이 무엇보다 필요한 야당으로선 ‘이 한 몸 던져 보수우파의 총선 승리에 밀알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는 사람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출마 의사를 피력한 의원들도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슬그머니 총선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한 초선의원은 “자기희생에 인색한 보수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새피 수혈을 위한 외부인재 영입도 출발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황교안호(號) 영입1호’ 환영식을 개최하면서 10여명의 영입인재를 발표했지만, ‘공관 갑질’ 논란을 빚은 박찬주 전 육군대장은 제외됐다. 총선준비에 시동을 걸어보지만 ‘국민감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보수대통합’도 주변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되고 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달 22일 MBC 100분 토론에서 “반문재인 연대라면 누구라도 같이 합쳐야 한다”고 했고, 신당창당을 모색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도 보수통합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열쇠를 쥐고 있는 황교안 대표는 뜸만 들이며 미적거리고 있다. 이미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보수통합 이야기만 하면 특정인 몇몇이 나서서 통합에 재를 뿌리는 독설을 하고 있다. 모처럼 황교안 대표도 통합을 주장하고 유승민 의원도 화답했는데, 방정맞은 몇 놈이 나서서 고춧가루를 뿌린다. 겨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툭 튀어나와 깨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지난달 29일 당내의원 모임)
통합을 위한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방정맞은 몇 놈’때문에 보수대통합이 깨지면 내년 총선에서 보수정당은 살 길이 없다. 황교안 대표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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