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생사불이(生死不二)
칼럼-생사불이(生死不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05 16:1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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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생사불이(生死不二)

불가에서 “법륜을 굴리는 것을 전법륜(轉法輪)”이라한다. 이 말은 계속하여 앞으로 구르면서 움직이고 나아간다는 뜻이며,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 이치이다.

여기서 말한 돌은 직업, 이끼는 재산이다. 직업을 자주 바꾸면 재산이 모이지 않는다.

영리하고 동작 빨라 잘살 것 같지만, 꾸준하게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는 사람만 못한 것이다. 또 ‘삼일수심천재보(三日修心千載寶)요,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이다.

3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가 되지만 100년 동안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의 티끌과 같다는 의미다. 이리저리 뛰며 발버둥 치지 말고, 느긋하게 살아가자. 현재 우리들의 재산도 60년대에 비교하면 재벌 측에 들어간다. 이처럼 지금이 살기 좋은 시대이며, 성공의 기회도 다양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더 높은 자리만 탐하고, 더 많은 재산축적을 위해 발버둥 치지만, 재물은 모이면 흩어지고, 고위직에 올라가도 곧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더 큰 것만 탐하지 말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자. 인생은 생·노·병·사·라는 것을 현재의 삶에서 볼 수 있는 지혜를 갖자.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죽음은 언제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선수교체 하듯이 번갈라가며 찾아오는 죽음을 나만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0을 제로라 한다.

제로는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니다. 이것을 불이(不二)라 한다. 불이는 둘이 아니라는 말이며, 하나도 아니라는 뜻이다. 생·노·병·사·는 동시동작이다. 태어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생사불이(生死不二)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귀권력이 아니라 건강과 웃음이다. 건강과 웃음을 잃으면 돈, 명예, 사랑, 모두가 사라진다.

건강과 웃음을 잃으면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짐만 되기 때문에 ‘긴 병에 효자 없다’하였다.

웃고 즐기면서 건강하게 살아가자. 중국의 한 부족 중에는 여성이 남성을 고를 때 가장 잘 웃는 사람을 고른다. 아무리 잘난 사내라도 권위적이고 딱딱한 인상이면 좋은 배우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디언들은 아기가 태어나서 맨 처음 웃게 만들어준 사람을 ‘웃음 부모’로 정한다. 웃음과 건강이 이렇게 중요하다. 내일 있을 일을 미리 끌어와 인상 쓰고 걱정하면서, 스스로의 짐을 무겁게 하지말자. 성공자들의 공통점은 낙천적인 성격으로 마음을 잘 다스리며 건강한 웃음 속에 선의의 경쟁과 다툼이 없는 생활을 하는 점이다.

그들은 이해의 폭도 넓어서 모두를 포용하고 배려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오늘에 대망을 갖고, 노력하면서 만족할 줄 알기에 늘 마음도 편안하고, 즐겁게 살아간다.

남들 앞에서 인상 쓰거나 짜증내면서 다툼 없는 방향으로 삶의 자세를 바꾸어보자.

자신이 하는 일에 전념하여 이끼가 끼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시원스럽게 살아가자.

인생은 생·노·병·사·라, 우리가 저승길로 떠날 때도 부귀명예, 자식이라는 무거운 짐과 집착이 없어야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다. 집착이 많으면 구천을 맴도는 잡귀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탐욕과 분노 때문에, 주변도 힘들게 하고 자신도 힘들어서 웃음을 잃고 다툼과 분열 속에 살아간다. 인간은 내면의 모습인 성(性)과 외부의 모습인 상(相)으로 분열된다. 내면은 착하기만 한 부처인데, 번뇌에 덮여있기 때문에 중생으로 살아간다.

‘선어록’에 관목리당안(棺木裏曭眼)이란 가르침이 있다. “관속에 들어가고 나서야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뜬다”는 의미로서 “일을 그르치고 난 뒤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뜻이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건강한 웃음 속에 현재의 일에 몰두하며 여유롭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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