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11월11일은 농업인의 날
진주성-11월11일은 농업인의 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10 16: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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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11월11일은 농업인의 날

숫자 네 개가 동일하게 배열되는 날은 일 년 중에 하루 뿐 이다. 바로 오늘 11월11일이다. 한자로 보면 십일(十一)월 십일(十一)일은 흙 토(土)자 둘이 들어 있는 날이다. 이 때문에 11월11일은 국가가 정한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1996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날이다.

그러나 11월11일 하면 떠올리는 기념일은 ‘빼빼로 데이’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11월 11일은 이제 연인과 친구, 가족에게 막대과자와 함께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대표적인 날로 자리잡고 있다. 진주를 비롯한 대도시는 물론이고 농촌지역에서도 대형마트와 편의점, 슈퍼마켓마다 국적불명의 기념일인 ‘빼빼로 날’특수를 노린 상품들이 눈더미처럼 쌓여 있고 이를 사려는 아이와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빼빼로 데이는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 데이와 함께 제과업체와 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가 만든 3대 명절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을 정도로 국적불명의 기념일이다. 빼빼로 데이의 상술이 논란이 되자 일각에서는 11월11일을 가래떡 데이로 정해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에 꿀을 찍어 먹자고 권유하고 있다. 가래떡 데이는 2006년에는 농업의 날을 알리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 졌지만 정체불명의 기념일인 빼빼로 데이에 밀려 유명무실하다.

가래떡 데이가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 것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우리 국민의 쌀 소비가 급감한 상황과 맞물린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1.0kg으로 1970년(136.4kg)보다 절반이상인 75.4kg가 줄어들었다. 쌀을 먹지 않고 빵과 라면, 분식 등 다른 간식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가래떡의 의미도 갈수록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농민들이 힘들여 생산한 쌀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농업과 농업인에게 관심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농업인을 등한시하는 것은 농촌 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농업이 차지하는 위상이 축소되고 있지만 식량안보, 환경보전, 사회·문화적 기능 등 다원적 성격에서의 농업의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 빼빼로 데이가 아닌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업과 농업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다시 한 번 가져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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