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통령 호찌민은 정약용의 존재 자체를 알 방법이 없었다
칼럼-대통령 호찌민은 정약용의 존재 자체를 알 방법이 없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12 14:0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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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홍/김동리 다솔문학 협회 회장ㆍ시인ㆍ작가
황규홍/김동리 다솔문학 협회 회장ㆍ시인ㆍ작가-대통령 호찌민은 정약용의 존재 자체를 알 방법이 없었다

무능, 국정 파탄보다 국민 속을 더 뒤집어놓는 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입을 꽉 다무는 이런 몰염치함이었다. 필자는 무역업을 하면서 중국과 베트남을 자주 왕래를 한다. 20년여 동안 지속된 상거래에서 어느 정도의 그 나라의 역사와 풍속과 음식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공이 문헌정보과를 졸업하고 도서관에서만 32년을 근무하였고, 그래서 외국에 가면 도서관을 먼저 찾는다. 베트남의 한국어과 졸업을 한 수양딸이 한사람 있는 관계로 안내를 받아 하노이 도서관을 방문했다. ‘하미’ 는 필자의 수양딸이다. 원래 하노이 출신이지만 통일이 되고부터 남쪽이 좋아 호찌민으로 이사했다. 필자는 딸의 도움으로 통역은 쉽게 도움을 받는다.

한편으로 역사적인 내용의 자료를 얻기 위해서다. 먼저 결론을 말하자면 정약용과 호찌민의 연결 글들이 우리나라에서 꾸며내어 벌어진 가짜였다. 호찌민은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정글의 계곡과 숲을 누비며 살았다. 자기 위치가 발각 날까 봐 전화기도 잘 사용하지 않았다. 1990년 초 지식인 사회 어딘가에서 호찌민과 정약용을 연결하는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이 위대한 이야기는 급속도로 유포되며 사실로 굳었다.

그러다 2006년 1월 9일 ‘연합뉴스’가 ‘호찌민박물관과 집무실에는 목민심서가 없다’고 보도했다. “목민심서와 관련된 주장은 와전된 것이 분명 하다”는 박물관장 응원 티 띵의 말도 함께 전했다. 현지에서 허위라고 증명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사실은 취소되지 않았다. 소설 <목민심서>머리말에서는 이 같은 내용은 빠졌다. 그러나 고은 시집 ‘만인보’에는 똑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도 여전히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 목민심서는 2019년 현재 ‘600만권 판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은 230만 독자를 감동시킨 답사기로 홍보 중이다. (최근식, 앞 논문) 지난 4월 24일 다산연구소 게시판에 한 베트남 한인 매체가 문제에 관해 질문을 올렸다.

이에 대해 연구소 측은 “근거가 전무 하며 확인된 바가 없다”고 답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애독했고 제사도 지냈다. 는 글이 현재까지 남아있다. 안타깝게도 문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시 호찌민께 자랑한 정약용의 업적과 현실이 너무 무능의 재주다. 예외적으로 문 대통령이 곧잘 사과하는 사안이 있다. 제주 4·3, 월남전, 부마사태, 광주 5·18 등 과거 정권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사과한다. 지난 박근혜 정권의 과오를 떠올리게 하는 낚싯배 전복 사고 등에서는 눈물까지 흘리며 과도하게 사과한다. 급격한 최저 임금 인상으로 자영업과 중소기업에서 난리 났지만 대통령은 민노총을 의식해 “당초 약속대로 최저 임금을 더 못 올려줘 안타깝다”고 사과한 적도 있다. 조국 씨의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온 나라가 파국으로 혼란스럽고 반대 민심이 세상을 뒤흔들 때 이 정권 내부에서 ‘우리가 어떻게 밀어붙여도 되나?’를 고민한 흔적이 없다.

그 고민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청와대가 심각한 논의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대통령은 얼마 전에도 종교 원로들을 만나 ‘내 탓이오’를 말하기는커녕 정치권 탓만 했다. 탈원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는 소리도 없고 지소미아 파기가 내각 차원에서 거론됐다는 흔적이 없다. 북한에 함몰돼 ‘북한’ 이라면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사정은 가히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하다. 좌파 내부에서라도 그 시행착오나 사정 변경을 거론할 수 있어야 한다. 문 정권에는 그런 것이 없다. 문 정권 내부에서는 이견(異見)이 허락되지 않는 것 같다. 이견이랄까 조건 같은 것을 꺼냈다가는 경제 총수도 날아가고 통일부서 책임자가 퇴임의 변(辯)조차 없이 사라졌다.

대통령을 따라 들어온 좌파 인사들이야 어차피 한통속이라 그렇다 쳐도 그래도 그동안 정부 운용에 참여해온 공직사회는 분위기가 다를 터인데도 그 동네조차 조용하다. 문재인 정권이 5년 임기에 절반을 지났다. 정권 실적을 평가하는 각종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수십 항목에 어느 하나 평균 점수 이상을 받은 점수가 없다. 안보·외교·경제·사회통합·교육·환경·에너지·일자리 모두가 낙제점(落第點)이다. 엊그제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현정권이 가장 잘못한 게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얼핏 떠오르지 않는다”전부가 이 지경인데 뭘 더 크게 잘못하고 있는지 떠오르겠는가? 5년 단임 한국 대통령들의 정치 만년(晩年)이 그랬다. 그러나 대통령이 베트남의 정약용 인용된 글들은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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