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작은 희생, 큰 승리
강남훈 칼럼-작은 희생, 큰 승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1.14 16:2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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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작은 희생, 큰 승리

“억울하지만 책임 있는 중진들의 주어진 소명은 자기를 죽여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당과 우파 정치세력이 어렵게 되는 과정에서 책임자급에 있었던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쉬어야 한다”(지난 12일,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

“인적혁신과 자유 우파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가장 큰 원인은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때문이다. ‘니가 가라 하와이’식의 남 탓만 하고 있다. 누구하나 희생을 자처하는 사람이 없다”(지난 12일, 자유한국당 청년당협위원장들)

내년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기국회 중이지만 여야 모두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내년 총선 승패 여부가 차기 정권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사활(死活)을 걸고 뛰어들 태세다. 현 여권은 청와대 출신 등 상대적으로 풍부한 인재풀을 총동원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 3명을 영입, 험지에 투입할 예정이다. 황 전 수석은 사천·남해·하동 지역에 출마한다. 또 전 현직 장·차관의 차출도 검토하고 있는 등 전방위적인 새 피 수혈로 총선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야당인 한국당은 제한된(?) 인재풀로 인해 외부인재 영입에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일까? 자유한국당은 지난 12일 ‘공천 백지위임론’, ‘당 해체론’, ‘당 지도부의 기득권 내려놓기’ 등 쇄신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당내 최다선인 김무성 의원(부산 중구영도, 6선)은 이날 “보수는 품격이다. 품위 있는 퇴장을 하면서 보수통합의 밀알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내년 총선 불출마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당이 어렵게 된 과정에서 제가 책임자급에 있었기 때문에 책임지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보수 우파가 통합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개인적 이익·감정을 버리는 게 애국이자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옛 한국당)이 ‘옥새 쿠데타’ 등 공천파동으로 참패했을 때 당 대표였다.

한국당 청년당협위원장 6명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부터 당협위원장을 내려놓겠다. 현역 의원들도 거취를 당 지도부에 일임하라”며 ‘한국당 해체’ 등을 주장했다. 한국당 재선의원 12명은 이날 모임을 갖고 ‘당 지도부에 공천위임 각서를 제출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모임을 주도한 박덕흠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다른 의원에게 ‘불출마’를 요구하기보다 우리부터 뭔가 내려놓자는 뜻이 담긴 것”이라며 쇄신론과 관련해서는 또다시 모임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경남도민신문 창간 9주년 여론조사 결과 경남도민 2명중 1명꼴로 현역국회의원 교체를 희망했다.(지난 1일, 경남도민 1000명 대상)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汚名)을 얻게 된 20대 국회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이 같은 당 쇄신론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김무성, 유민봉 의원을 제외하면 불출마를 선언하는 의원이 없다. “쇄신에 앞장서야 할 중진들이 통합 논의에 슬쩍 묻어가려 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고대와 중세의 악부시를 집대성한 <악부시집(樂府詩集)>에 실린 ‘계명(鷄鳴)’이라는 시에서 유래된 이대도강(李代桃僵)이란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벌레들에 갉아 먹혀 넘어지다(희생하다)’라는 뜻이다. 중국의 고대 병법인 36계 가운데 11번째 계책으로, 작은 것을 희생하여 큰 승리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말한다. 나의 살을 내주고 적의 뼈를 취하는 전략인 셈이다. 황교안 대표는 14일 영남권 4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한국당의 책임 있는 중진의원들이 ‘중진 용퇴’이라는 ‘작은 희생’에 동참해 보수 우파를 살리는 ‘큰 승리’를 얻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전략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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